[허구연의스포츠클럽]KBO원칙만잡으면야구팬관심잡는다

입력 2008-1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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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는 7대 죄악 중 첫 번째로 원칙 없는 정치를 강조했다. 우리 정치계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실망스런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었다. 화난 국민들은 투표로서 뒤늦게 분풀이를 하지만 기대를 걸었던 새로운 인물과 정당들도 실망을 안겨 주기는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았다. 집권 후엔 원칙이 흔들렸고 그런 정치에 식상한 국민들은 스포츠의 페어플레이에 매료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야구계는 페어플레이를 뒤로한 채 참으로 어이없고 암담한 날들을 맞았다. 장원삼 트레이드 파문은 총재 승인 불가로 일단 무마 되었다. 불신만 조장한 바뀐 FA제도는 팬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졌고, 가을 해외전지훈련도 말썽을 낳았다. 팬들에게 야구계가 원칙이 없는 이상한 집단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세 사건 모두 원칙의 문제다. 장원삼 트레이드는 원칙과 신의성실에 입각했다면 이사회까지 소집할 필요도 없었던 사안이란 게 총재의 승인불가로 확인되었고, FA제도 개선책은 또 다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미비된 제도를 쉽게 결정을 한 후 다시 검토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가볍기 짝이 없는 결정이었다. 지키지도 못할 가을 해외전지훈련 금지도 부작용과 불신만 조장한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미 WBC감독 선임문제로 팬들을 실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야구계는 좋은 기회를 계속 놓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로 전 국민을 열광시킨 지 불과 3개월도 안되어 파열음만 가득한 채 오랜 핵심과제였던 사안들은 개선될 기미는커녕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야구장 시설 개선 및 신축문제, 아마야구 활성화와 학원야구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 및 지원, 현실에 맞지 않는 법 개정과 조례개정, 프로야구활성화를 위한 세제 개선 등 숱한 과제의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밤샘을 해도 모자랄 판에 자중지란의 모습만 보이고 있다. 새해로 넘어가면 올림픽금메달, 500만관중의 열기는 잊혀지거나 식을지도 모른다. 올림픽 후 다른 종목이 힘을 모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기반을 닦고 있는걸 보면 야구계는 마치 자만의 찻잔에 빠진 것 같다. 작고 좁은 찻잔 속에서 서로 무지개 빛을 자신이 냈다고 자랑하면서 이기주의에 푹 빠져있는 것 같다. 8개 구단과 KBO는 무지개 색깔의 일부분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무지개는 7색깔일 때 아름답지 하나씩 흩어져 있으면 가치가 없다. 야구 붐이 금년처럼 지속된다고 장담할 수 없고 경제 사정도 좋지 않다. 야구계가 어려웠던 지난날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WBC도 일본은 ‘사무라이 재팬’으로 벌써 무장했고, 대만도 만만찮게 도전해 올 것이다. 야구계는 정치계처럼 싸울 틈이 없다. 원칙을 지키면서 야구계의 앞날을 위해 함께 협력하고 때로는 희생도 감수해야할 중요시기다. -허구연 :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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