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열린스포츠] KBO총재,제발낙하산은거둬라

입력 2008-12-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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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우 KBO 총재의 조기사퇴가 가시화되고 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 이후 물러날 모양이다. 총재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신상우 총재까지 합쳐서 10명의 역대 총재가운데 임기를 제대로 마친 사람은 1명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역대 KBO 총재 가운데 야구팬들의 뇌리 속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있다면 다행이지만 없다면 야구계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왜 KBO 총재자리는 명예로운 자리가 되지 못하고 ‘독이 든 성배’가 되고 있는가. 벌써부터 자천타천으로 많은 사람들이 물망에 오르지만 과연 야구발전에 얼마만큼 기여할지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차기총재의 인선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필자가 보기엔 오직 하나다. 야구발전에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자 기준이 되어야 한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이제 더 이상 정치인 총재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 정치적 외풍을 막아주는 것도 이제는 무의미하다. 게다가 ‘낙하산’ 정치인 총재는 팬들의 거센 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제 한국 프로야구도 제대로 된 역량을 갖춘 총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부에서는 일본의 예를 들어 정치인 출신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으나 이는 실상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나온 발상이다. 일본은 초대 모리타 부터 현재 가토 커미셔너에 이르기까지 정치인 보다는 대학총장, 외교관, 헌법재판소 판사, 검찰총장 등 대체로 법과 행정에 정통한 사람들이 추대되고 있다. 일본이 엘리트 행정가들을 커미셔너에 기용하는 이유는 ‘야구협약’에 대한 해석과 야구의 특성(독과점)상 공정거래와 관련된 일의 해결을 위해서다. 일본프로야구 커미셔너의 실제권한은 미약하다. 반면에 KBO 총재는 프로야구의 최고 행정기관인 KBO의 수장으로 각종 현안에 대한 실무를 총괄한다. 특히 야구규약에는 ‘총재가 결정하는 지시, 재정, 재결 및 제재는 최종결정이며 위원회에 속하는 모든 단체와 개인에 적용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야구에 관한한 거의 모든 것을 움직일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KBO 총재에 적임자인가. 책임의식이라는 관점에서는 MLB의 버드 셀릭 현재 커미셔너처럼 구단주 출신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또한 야구산업의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1984년 LA올림픽 조직위원장과 1990년대 MLB 커미셔너로 ‘리그의 수익’에 관심을 두고 MLB를 팽창시킨 피터 위베로스와 같은 행정전문가 출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정도면 야구에 대한 열정이나 행정전문가 경력으로 볼 때 비슷한 유형이라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완전히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는 40-50대의 젊은 현장 프런트 출신도 기대해 봄직하다. 현재 물망에 오르고 있는 행정경험이 부족한 야구인출신과 정치인은 제발 관심 꺼주길 바란다. KBO 총재는 한국야구의 ‘선장’으로 막중한 책임이 부여된 자리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무조건 ‘잘해야’하는 자리다. 야구팬들은 누가 KBO 총재로 오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전용배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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