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원의도쿄통신]배꼽잡는NHK‘홍백리스트’뒷이야기

입력 2008-12-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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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1월 하순에 발표되는 ‘홍백 리스트’는 일본 방송연예계의 중요한 연례행사이자 연말 분위기를 돋우는 기폭제 역을 담당한다. 이번에도 발표 당일인 11월 25일 이 리스트의 얼굴들이 주요 스포츠지 연예면을 전세 내다시피 했으며 연일 관련 소식도 줄을 이었다. 올해로 제 59회를 맞는 NHK ‘홍백가합전’은 신인의 득세가 눈에 띈 가요계의 흐름을 반영해 한국의 ‘동방신기’를 비롯해 14팀에게 첫 출전의 기쁨을 선사했다. 흑인 엔카 가수 제로, 바보트리오 ‘수치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벼랑위의 포뇨’ 주제곡 덕분에 최연소 출전의 영예를 안은 9세의 노조미 등 이래저래 특징 있는 면면이 즐비하다. 뭐니뭐니 해도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은 데뷔 19년째인 거물밴드 ‘미스터 칠드런’의 홍백 데뷔다. 15년 동안 이어진 러브콜의 성과로 표현됐을 만큼 ‘미스터 칠드런’의 홍백가합전 출연이 반드시 모든 일본 가수의 꿈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올해 NHK-TV의 베이징올림픽 주제가를 부른 인연이 있어 이례적으로 러브콜에 응한 ‘미스터 칠드런’은 중량감 있는 스타가 예년에 비해 적은 이번 홍백에 체면을 세워주게 됐다. 반면 올해 화려한 제 2의 전성기를 만든 아무로 나미에를 비롯해 우타다 히카루, ‘드림 컴 트루’ 등 큰 별들은 섭외 과정에서 ‘노’를 외쳤으며 홍백의 단골 멤버인 ‘모닝구무스메’는 고배를 마셨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명단을 기웃거렸다가 ‘해당사항 없음’을 확인한 스타들의 사후 코멘트도 홍백 리스트에 따라붙는 흥미로운 보너스였다. ‘수상의 손자’라는 백그라운드를 앞세워 인기를 누린 다이고는 “홍백가합전이 열리는 12월 31일 스케줄을 잡지 않고 기다렸는데…”라며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2년 전 홍백가합전에서 누드소동을 벌여 NHK-TV 출연금지를 당했다가 올해 ‘야지마미용실’이라는 여장 그룹을 결성해 ‘홍백 재도전’을 귀가 따갑도록 외쳐온 DJ오즈마는 11월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뜬금 없이 선언하면서 홍백 탈락에 대해 익살을 떨었다. “옷은 한 오라기도 벗지 않을 것이며 미스터 칠드런이 공연할 때 뒤에서 엎드려 절만이라도 하겠으니 홍백에 제발 나가도록 해달라”고 가당찮은 읍소까지 했다. 이와 같이 홍백가합전캐스팅과 관련해서는 누구는 나가고 싶어도 못나가고 누구는 제발 나와 달라는데도 싫다고 하는 엇갈린 풍경이 그려진다. 그런데 출연을 희망한 가수의 경우라도 리스트에 들었다고 해서 마냥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비록 홍백가합전은 가수왕을 뽑는 것과 같은 개인별 경연 형식은 아니지만 새해 첫머리에 전체 시청률 말고도 가수별 시청률이 낱낱이 공개되는 터라 누구의 공연이 가장 멋졌는지, 또 어느 가수가 가장 관심을 받았는지를 사후에 상세히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60%대를 호가하던 예전의 시청률은 거의 반토막이 났지만 여전히 연말의 국민방송으로 건재하고 있는 홍백가합전이 올해에는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도쿄 | 조재원 스포츠전문지 연예기자로 활동하다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일본 유학에 나섰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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