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석달째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산소탱크´ 박지성(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한 달간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다. 맨유는 26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스토크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를 시작으로 새해 1월20일 더비카운티와의 칼링컵 경기까지 25일 간 리그와 컵대회 8경기를 연달아 소화한다. 내년 1월11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만나는 첼시와의 리그 20라운드를 제외하면 스토크시티(12월26일), 미들즈브러(12월29일), 사우스햄튼(1월4일, FA컵), 더비카운티(1월7일, 20일, 칼링컵), 위건 애슬레틱(1월14일), 볼튼 원더러스(1월17일) 등 대부분 중하위권 팀들이어서 맨유의 부담감은 덜하다. 그러나 25일 동안 8경기, 평균 3일에 한번 꼴로 그라운드에 나서야 하는 일정은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맨유는 지난 23일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 상대팀(에콰도르 키토)에 비해 한 수 위의 기량을 과시하며 우승 트로피를 획득, 유유히 맨체스터에 개선했지만, 장거리 원정으로 인한 선수들의 피로누적 및 시차적응 문제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맨유는 9승5무2패 승점 32로 두 경기를 더 치른 리버풀(11승6무1패 승점 39, 1위), 첼시(11승5무2패 승점 38, 2위)에 이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8연전 결과에 따라 ´3시즌 연속 리그 우승´ 여부가 판가름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맨유가 이번 8연전에서 최소 6경기 이상을 승리로 장식해야만 리그 3연패라는 목표에 한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승리에 대한 선수들의 심적 부담 또한 적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주전으로 꾸준히 기회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골을 얻지 못하고 침묵했던 박지성도 중압감은 피할 수 없다. 지난 9월 21일 첼시전 선제골 이후 그는 리그와 컵대회 등에서 단 한 차례도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클럽월드컵 결승전에 선발출전해 공수를 오가며 특유의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문전 마무리슛은 상대 골키퍼에게 모두 차단당해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득점력보다 움직임에 더 높은 점수를 주며 그를 기용하고 있다. 박지성 자신 역시 골에 대한 부담감은 있지만 최선을 다해 팀 전력에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살인일정을 소화하며 체력안배에 신경을 써야 하는 퍼거슨 감독으로서는 제 역할을 해주는 공격수들에게 더 믿음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경쟁자 나니가 활동량에서는 박지성에 비해 떨어지지만 패스와 슈팅 능력만큼은 인정을 받고 있어 잠시 소강 상태인 주전경쟁이 다시 불 붙는 상황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결국 박지성으로서는 맨유의 살인일정 중 뭔가를 보여주지 않는 한 후반기 리그와 컵대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008~2009시즌 결선 토너먼트 출전을 보장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밖에 8연전에서 마저 득점포가 침묵한다면 자칫 골 가뭄이 장기 슬럼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박지성이 이번 무대에서 반드시 골을 터뜨려야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클럽월드컵에서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물을 안고 맨체스터로 돌아온 박지성이 과연 팀의 밀알 역할을 해내며 부진을 떨쳐낼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