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희망의아이콘]‘로즈란’으로불리고싶은장미란…

입력 2008-12-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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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상200kg만큼소중한희망이죠
○꿈의 대기록 용상200kg 야망 스타는 외로운 법입니다. 장미란(26·고양시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좋아하지만 사실 만나는 친구가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하더군요. 사실, 장미란은 조용히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한국의 체육현실은 운동과 학교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지요. 고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한 장미란은 “이후 추억이 별로 없다”면서 “지금 만나는 친구들은 대부분 중학교 때 사귀었다”고 했습니다. 그 대가로 우리는 금메달의 감동을 맛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09년 11월, 경기도 고양에서는 역도세계선수권이 열립니다. 고양시청 소속인 장미란의 각오는 대단합니다. 여자역도에서 꿈의 기록이라고 불리는 용상200kg 도전의 의지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무솽솽(중국)과의 대결도 기대가 되는 모양입니다. 역도대표팀 오승우 감독과 체육과학연구원(KISS) 문영진 박사는 “아직, 장미란의 자세가 완벽하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세계기록경신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장미란은 착실하기로 소문난 선수입니다. 기량과 성실성을 두루 갖췄기에 국민들에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스포츠스타’가 되었습니다. 불의의 부상만 없다면, 2009세계선수권에서 장미란이 또 한번 온 국민에게 희망을 선사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로즈(rose)란 별명을 좋아한 장미란 장미란을 믿기에 2009년에는 반대로, 장미란에게 온 국민이 희망을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세계최고의 여자역사에게 이중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적 영웅’과 ‘성적으로 대상화된 여성’이 바로 그것입니다. 장미란이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로즈(rose)란”입니다. “지금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지만 예전에는 (외모에 대한) 수많은 악플에 상처도 받았다”고도 했습니다. 장미란을 더 외롭게 만드는 것은 익명성을 무기로 한 무수한 폭력입니다. 눈에 보기도 민망한 악플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장미란이 ‘무덤덤하게 적응해 간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장미란을, 자신의 꿈을 이뤄낸 당당한 여성으로 바라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작은 격려가 우리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인데 말이죠. 고려대 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인 장미란의 새해계획 중 하나는 “학과 친구들을 많이 사귀는 것”입니다. “졸업식 때는 꼭 100명의 친구들과 사진을 찍겠다”는 포부도 수줍게 전했습니다. 세계선수권에서 용상200kg을 혹 못 들더라도 대학생으로서의 꿈은 꼭 이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2009년에는 많은 국민들이 장미란을 ‘로즈란’이라는 밝은 이름으로 불러주었으면 합니다. 갑갑한 시절일수록 사람만이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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