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승준·김장훈·문근영‥스타는공인인가

입력 2009-01-04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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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문화비평 영원히 반복되는 논란들이 있다. 이쪽 저쪽 주장 다 일리가 있고, 약점이 있는 경우다. 연예계에도 물론 이런 ‘영구 논란’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최근 또 지적됐다. 연예인에 대한 ‘공인’ 인식 논란이다. 가수 비가 이번 타자다. 비는 MBC에브리원 ‘신해철의 스페셜 에디션’에 출연, 연예인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와중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연예인을 단순히 연예인으로만 봐줬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이를 신해철이 받아 “국가로부터 막중한 책무를 부여받은 사람들을 공인이라고 한다. 연예인의 경우에는 공인이 아닌 사인이라 해야 맞다”고 지적했다. ‘연예인=공인’ 논란은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연예인 일거수일투족 감시가 심해지던 시점이다. 인터넷 미디어 등장 탓이다. 그러자 연예인 쪽에서 반발이 나왔다. 비 바로 직전에는 가수 성시경이 이 문제를 거론했다. 지난 해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 “병역 기피로 문제가 된 유승준씨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적인 선호도일 뿐, 국가가 직접 나서 유승준씨의 입국을 금지시킨 것은 잘못된 것”이라 거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과연 연예인은 ‘공인’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공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개념으로 보면 공인이 아니지만, 단순히 ‘공적으로 노출된 인물(Public Figure)’ 개념으로는 맞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그래서 논란이 영구화 되는 것이다. 그때그때 서로 편한 입장만 가져다 쓰니 결론이 안 난다. 이 같은 ‘영구 논란’ 거리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가부 여부가 아니다. ‘왜’다. 왜 대중은 연예인을 ‘공인’화 시키는 일에 지지를 보내는 가다. 외모가 출중해서? 돈을 많이 벌어서? 단순히 그래서만은 아니다. 한국 사회의 특수 상황 탓이다. 대중은 연예인을 ‘기득권층’으로 인식하고 있어서다. 한국 사회는 기득권층에 대해 유난히 심한 견제를 가한다. 그들이 ‘정직’하지 않으며, ‘공정’한 경쟁 구조를 무너뜨린다는 전제 하에서다. 그럴 만한 역사가 충분히 있었다. 실제로 연예인은 사회 기득권층 특유의 여러 ‘불평등 사례’를 보여줬다. 그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학력과 병역 문제에서 걸렸다. 연예인은 입시에 몰두하지 않고서도 쉽게 명문대에 진학한다. 군복무 면제의 ‘루트’를 쥐고 있다 여겨지기도 한다. 그 밖에도 많다. 무시험으로 자동차 면허증을 취득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문제는 더 있다. 결국 견제심리도 견물생심이다. 대중 노출도가 높아야 인식이 된다. 연예인은 가장 대중 노출도가 높은 직업이다. 재벌총수나 각계 사회·종교 인사들은 뉴스라도 봐야 가끔씩이나마 인식하게 되지만, 연예인은 가장 시청률 높은 오락 프로그램들에서 매일같이 볼 수 있다. 그만큼 견제심리도 강해진다. 그 견제심리가 실질적 역할을 하게끔 만드는 명분으로 ‘공인’ 개념이 떠오르게 된다. 해외는 이런 식은 아니다. 연예산업의 메카 미국에서는 ‘유명인(Celebrity)’ 개념만 사용한다. 한국만큼의 ‘사회적 의무’를 부여하진 않는다. 사회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병역, 학력 문제가 미국에선 큰 문제가 못 된다. 병역은 모병제고, 대학의 학생 자율선발권이 뿌리 깊게 인식돼 있어 특례입학도 별 문제가 안 된다. 애초 한국처럼 ‘대학은 나와야 사람 취급받는’ 학력계급주의 사회 자체가 아니다. 전반적 사회분위기도 한국 같은 조직사회가 아니라 개인주의 사회여서 남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풍조도 있다. 이런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해외와 다르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다. 공인은 그저 명분일 뿐임을 알아야 한다. 공인 개념 없이도 한국은 끊임없이 연예인들을 견제하고 감시하고파 하는 구조가 나오게 돼 있다. 괜한 투정보다는 차라리 이 같은 견제 체계 하에서 어떤 식으로 자기 이미지를 관리해야 할 지 고민해 보는 편이 낫다. 가능한 견제를 피해 나가는 방식이다. 지적받을 만한 상황이 벌어져도 그 타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이미지 전략이다. 가장 흔히 쓰는 방식은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일이다. 연예인에 대한 한국 대중의 인식이 기득권층이라면, 기성 기득권층이 이미지 관리하는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면 된다. 예컨대 기부 문화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면 된다. 그러나 이것도 근래 분위기에선 조심스레 사용해야 한다. 김장훈, 문근영 같은 ‘상식을 벗어난’ 기부사랑 연예인들이 등장하면서 경쟁 레이스 구도가 생겨버렸다. 기부 액수를 비교하며 ‘더 많이 벌었을 것 같은 사람이 왜 기부액이 더 적냐’고 힐난하는 분위기까지 이르렀다. 굳이 대중 입맛에 맞춰줄 단계는 지났다는 방증이다. 기부는 이미지 관리에 있어 ‘안전책’ 정도로만 생각해야 한다. 기부했다고 매번 보도자료 날리지 말고, 조용히 내버려뒀다가 대중이 민감해 할 상황이 벌어졌을 때 몰아서 흘리면 된다. 고액 출연료를 받았다거나 할 때 ‘그렇게 많이 받고도 기부 한 번 안 하냐’는 힐난이 쏟아지면, 그 때 예전 사례까지 포함한 보도 자료를 뿌리면 된다. 이런 식이면 적어도 좋은 일 하고도 ‘경쟁 레이스’에 휘말려 힐난 받는 상황은 면한다. 한류성과 홍보도 도움이 된다. 연예인 견제의 또 다른 속성은 달라진 연예인 위상 문제다. 사실 재벌총수, 정치·사회계 거물의 기득권 행각은 그렇게까지 큰 화제가 되진 못한다. ‘오래 된’ 기득권 계층이어서 그렇다. 익숙하다. 그러나 연예인은 ‘신진’ 기득권 계층이다. 이에 따른 대중의 거부감도 분명히 있다. ‘딴따라가 귀족행세 한다’는 식의 인식이 아직 있다. 한류성과 홍보는 여기에 차이를 줄 수 있다. 한류성과 보도는 크게 두 가지 양상이다. 하나는 얼마나 외화를 벌어왔느냐다. 또 하나는 얼마나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느냐다. 전자는 단순 판매수익, 후자는 해외 비평계 호평이나 각종 수상 경력이다. 전자로 다가서면 연예인은 순식간에 ‘수출역군’이 된다. 경제계 인사 이미지를 준다. 후자로 가면 ‘민간 국가 홍보 대사’가 된다. 사회적 영향력을 암시해준다. 결국 대중이 ‘익숙해 하는’ 기득권층 이미지를 덧씌워 ‘같이 묻어가는’ 전략이다. 효과를 낸 사례가 워낙 많다. 작은 성과더라도 포장하기에 따라 남달라 보일 수 있으니 반드시 ?愾鄂?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예인=공인’ 논란에 대해 ‘말’을 조심해야 한다. 조심할 것도 없이, 그냥 가만히만 있으면 된다. 대중도 연예인을 공인으로 몰아붙여 엄격한 도덕률을 적용하는 일에 어느 정도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 어느 상황이나 열렬한 배싱을 가하는 건 인터넷 속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단 그에 대한 불만을 말로 뱉어버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침묵하던 다수’가 돌아선다. 언급했듯, 연예인은 ‘신진 기득권 세력’이다. 기득권으로 인식은 하지만 인정은 아직 힘들다. ‘대중이 먹여 살리는 직업군’ 개념이 강하다. 그런 인물이 자기를 먹여 살리는 대중에 대해 비판을 가하면 인식이 좋아질리 없다. 대중 비판 열심히 해도 딱히 이미지 타격 받지 않으려면 ‘기성 기득권 세력’의 필요조건을 갖춰줘야 한다. 학벌이나 집안배경이다. 그게 아니라면, ‘바른 말’은 대중의 견제심리를 오히려 부추기는 도화선이 된다. 한국에서 연예인은 많은 것을 가진 인물이다. 어찌 보면 기성 기득권 계층보다 더 가졌다. 외모지상주의사회에서도 우위를 차지한다. 견제는 당연하다. 한국에서 연예인 계속 할 생각이라면, 문제의식만 갖지 말고, 오히려 이런 견제를 역이용할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종류의 억압은 숨겨진 기회도 낳게 마련이다. 그 틈새를 발견하는 쪽이 이 ‘영구 논란’의 진정한 승자가 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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