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내어릴적꿈은피겨요정김연아!

입력 2009-0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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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국민들 가슴에 뜨거운 감동을 안겨준 스포츠 선수는 아마 박태환과 김연아 선수일 겁니다. 대한의 요정, 피겨의 요정 김연아 선수가 멋지게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제 머릿속엔 어릴 적 제 고향마을이 떠올라 웃음을 짓게 됩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저희 가족은 소위 ‘깡촌’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서 살았습니다. 시내를 나가려면 버스를 타야 되는데, 그 버스 타는 곳까지 걸어가는 게 1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30분을 더 가야 시내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저희 마을 어르신들은 겨울이면 논에 물을 채우고 얼려서, 스케이트장을 만들어주셨습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썰매를 타기도 하고 눈싸움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서울 이모네 집에 다녀와 까만 스케이트 신발 한 켤레를 가져오신 겁니다. 서울 이모네 집에선 너무 낡고, 신을 사람이 없어서 버리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발 사이즈가 딱 오빠에게 맞았습니다. 저도 정말 갖고 싶었지만, 오빠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오빠는 완전히 동네 스타가 돼서 친구들한테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애들이 서로 몰려들어 스케이트 한번만 만져보자고 아부를 하는 애들도 있었습니다. 그걸 타고 싶어서 오빠에게 고구마를 가져다주거나 학교 갈 때 가방을 들어주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오빠에게 그 스케이트를 빌려 신고 싶어서, 오빠 앞에서 온갖 애교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제 발에 신발이 너무 컸기 때문에, 끈으로 꽁꽁 동여매고 비틀비틀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며 탔습니다. 그렇게 한참 타다 보면 발이 붓고 물집이 생겨 터지기도 했지만, 오빠에게 돌려주면 또 언제 탈 수 있을지 모르니까 정말 열심히 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번엔 서울에서 공장 다니는 저희 큰언니가 제 발에 꼭 맞는 스케이트를 사줬습니다. 제가 발에 상처가 날 정도로 오빠 스케이트를 타며 좋아한다는 얘길 듣고, 어렵게 스케이트를 구해서 보내준 거였습니다. 그냥 신발도 새 신발 사 신기 어렵던 시절에, 스케이트를 새 신발로 받다니…저는 당장 자랑하고 싶어 그 다음날 바로 스케이트장으로 갔습니다. 애들은 평소처럼 각자 만든 썰매를 타고 놀고 있었는데, 저는 “아∼ 날씨한번 춥다∼” 이러면서 괜히 큰소리를 치기도 하고, 누군가가 먼저 알아봐주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절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었고, 저는 그냥 제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몇몇이 관심을 보이며 제게 달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새 신발이고, 또 제가 아끼는 스케이트 신발인데, 다른 사람 빌려주기가 정말 싫은 겁니다. 저희 오빠는 자기는 거의 타지 않으면서 주로 친구들한테 뭔가를 받고, 스케이트를 빌려줬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발이 제 신발 속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싫었습니다. 친구들한테 ‘못됐다’소리 까지 들어가며 혼자서만 그 스케이트를 탔습니다. 하지만 키가 크는 것처럼 제 발도 점점 커갔고, 그렇다고 제 발 사이즈에 맞춰 새 스케이트를 살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어릴 땐 TV에 나오는 외국 선수들 보며 스케이트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제 꿈은 그렇게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가끔 혼자서 생각해봅니다. 그 후로도 계속 스케이트를 탈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궁금합니다. 전문적으로 스케이트 기술을 배웠으면 내 인생이 달라졌지 않았을까, 혹시 지금의 김연아 선수처럼 되지는 않았을지 김연아 선수를 보면 어릴 적 제 꿈이 생각납니다. 자꾸 옛날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서울 동작 | 성정연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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