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말썽쟁이라도튼튼하게만자라렴

입력 2009-01-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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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중학교 3학년 아들이 있습니다. 중학교 다니는 내내, 공부는 안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고, 놀러 다니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툭하면 문제를 일으켜 저를 학교까지 불러내는 일도 자주 있었습니다. 저는 선생님과 면담을 할 때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는 말로 시작해서 이 말로 끝인사를 하곤 했습니다. 중학교 3년 내내 아들은 그렇게 저를 참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가면 철이 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고입원서를 쓸 때, 인문계 고등학교로 가라고 얘길 했습니다. 그런데 자기는 전문계 고등학교로 가겠다고 고집을 피웠습니다. 처음에는 제 생각대로 하려고 아들을 야단도 쳐보고, 설득도 하고 항상 집에 오면 아들과 싸우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어차피 억지로 시켜봐야 아들이 안 할 걸 알았습니다. 결국 아들이 원하는 대로 전문계 고등학교로 원서를 썼습니다. 그런데 그 학교에서는 원서를 낼 때, 체력 검사한 결과도 같이 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학교로 갔는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강당에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잠시 후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열다섯 개 정도 그룹으로 나뉘어 체력검사를 했습니다. 시간이 거의 1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지루한 시간이 흘러 체력검사 마친 아이들이 강당 가운데로 모일 때, 갑자기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지금 호명한 학생은 앞으로 나와 주세요!” 그 명단에 제 아들 이름은 없었지만 앞으로 나간 학생들이 30명 가까이 되었습니다. 저는 궁금해서, 가까이 있던 한 선생님께 왜 그런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그 선생님께서 “저 아이들은 지금 색맹이 있는 아이들인데, 안과에 가서 다시 검사를 받을 거예요” 라고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에휴∼ 우리 애가 거기 없어서 다행이구나’라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금방 불려나간 30여명의 아이들이 갑자기 걱정이 됐습니다. 다 내 자식 같은 애들인데 그 애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걱정이 됐습니다. 그 선생님은 “안과에 가서 재검사를 받는데, 거기서도 색맹 판정을 받으면, 합격을 시켜 줄 수가 없어요. 매년 다섯 명 정도의 학생은 그렇게 그냥 집으로 돌아갑니다” 하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눈으로 표 나지 않는 건데 그것 때문에 합격이 안 될 수도 있다니…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전문계 고등학교는 실습도 많고, 현장에 나가는 일도 많으니까 안전사고를 대비하려면 어쩔 수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색맹인 아이들이 많아서 놀랐는데, 선생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매년 색맹인 아이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데, 무엇이 아이들을 이렇게 아프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역시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보고 걱정이 됐습니다. 어쨌든 우리 아들은 아무 탈 없이 건강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감사했습니다. 공부 못한다고 항상 구박했는데, 그래도 아프지 않고 이 만큼 자라준 게 새삼스럽게 고맙습니다. 우리 아들, 빨리 자기의 진로를 찾고 새 학교에서 청운의 푸른 꿈을 펼쳐나가길 바랍니다. 대전 중구 | 이경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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