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이밝힌‘과속스캔들’6가지시련

입력 2009-01-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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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쏜 ‘과속스캔들’ . 하지만 600만 관객의 화려한 성적 뒤에 숨겨진 시련과 고통. 한국 영화 중 지금까지 단 13편만이 밟은 관객 600만명이란 높은 고지에 올라선 영화. 하지만 첫 촬영부터 힘겨웠고 개봉은 더 험난했다. 한국영화로는 14번째로 600만 관객을 돌파한 ‘과속스캔들’. 스타 파워가 없는 작은 영화로도 대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희망을 쏜 이 영화의 탄생에는 숨겨진 시련과 고통이 있다. 스포츠동아는 2년간 ‘과속스캔들’을 위해 밤잠을 설친 제작자 안병기 감독, 투자사 디씨지 플러스의 신혜연 한국영화투자팀장, 이안나 프로듀서 그리고 영화 제작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과속스캔들’의 웃음이 터지기까지 그들이 흘린 눈물과 땀을 다시 짚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시나리오 ‘과속스캔들’은 원래 연출자 강형철(34) 감독이 쓴 ‘과속삼대’란 시나리오가 원작이다. 이 시나리오는 처음 등장했을 때는 영화 제작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왕년의 스타였던 30대 후반 라디오 DJ에게 어느 날 스무 살 아들이 손자를 데리고 찾아오며 시작되는 내용은 신선했다. 하지만 어쩐지 식상하다는 느낌도 줬다. 그런데 토일렛픽쳐스란 영화사를 이끌던 안병기 감독이 유일하게 ‘과속삼대’의 시나리오를 눈여겨봤다. ‘폰’ ‘가위’ 등의 공포영화를 통해 감독으로 역량을 인정받은 안 감독은 제작자로 강형철 감독과 의기투합했다. 이후 강형철 감독은 ‘과속삼대’를 1년 동안이나 고치고 또 고쳤다. 그리고 아버지와 딸이 더 잘 어울린다는 주위 의견을 받아들여 최종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현장 경험도 짧고 유학파도 아닌 신인감독의 어려움 강형철 감독은 시나리오를 계속 쓰며 감독 데뷔를 준비해왔지만 영화 현장 경험은 거의 없다. 영화관련 학과의 역사가 오래돼 유명 감독과 제작자, 배우 선배가 많은 한양대나 중앙대, 동국대 출신이었다면 좀 더 수월할 수 있었겠지만 그런 이력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유명한 외국의 영화 학교에서 공부하지도 않았다. 학연으로 기댈 언덕이 없다보니 캐스팅부터 투자까지 어려움이 계속 밀려왔다. ○모두가 거절했던 남자 주인공 당장 남자주인공 캐스팅부터 버거웠다. 실제 가수 출신이며 코미디와 정극 연기가 동시에 가능하며 스타성도 있는 연기자가 캐스팅 1순위에 꼽혔다. 하지만 그는 다른 영화와 스케줄이 겹쳐 고사했다. 이어 수많은 남자 배우들에게 시나리오가 건네졌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경력이 없는 신인 감독에 뻔한 설정같은 코미디, 그리고 아들은 물론 손자까지 있는 역할에 스타들은 부담을 느꼈다. 제작이 무산될 수도 있었던 순간 차태현이 나타났다. CS> 시나리오의 신선함에 끌린 차태현이 출연을 결정한 날 ‘과속스캔들’ 제작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가 반대했던 박보영 차태현이 합류해 큰 힘을 보탰지만 남자주인공 못지않게 비중이 높고 중요한 여주인공 캐스팅은 더 큰 고민을 줬다. 시나리오가 막판 수정되며 남자에서 여자로 바뀐 정남은 이십년 만에 나타난 철없는 딸부터 가슴 따뜻한 엄마를 함께 표현하는 중요한 캐릭터. 귀여운 매력이 있으면서 반항적인 색깔도 필요했다. 경험이 많지 않았던 박보영 카드는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박보영의 가능성을 높이 산 제작진은 우격다짐으로 캐스팅을 밀어붙였다. ○종이컵에 배우, 스태프 이름 쓰고 청 테이프 붙여가며 아낀 제작비 불황의 영화계. 이러다할 화제거리가 없는 ‘과속스캔들’의 제작사는 힘겹게 25억원의 제작비를 모았다. ‘과속스캔들’ 제작진은 제작비를 아끼고 또 아끼며 2008년 7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약 2개월 동안 46회 차의 촬영을 소화했다. 큰 돈이 들어가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넉넉하지 많은 현장. 경비를 아끼기 위해 촬영장에서 수백 개씩 버려지는 종이컵만 봐도 가슴이 찢어졌다. 결국 종이컵에 일일이 배우와 스태프의 이름을 쓰고 청 테이프로 벽에 붙여 여러번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모두가 경악한 제목, 포스터 그리고 불운한 대진운 정남이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었지만 촬영 내내 영화의 제목은 ‘과속삼대’였다. 마케팅 팀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해 ‘과속삼대’를 결국 바꾸었다. 고민 끝에 정한 새로운 제목은 ‘과속스캔들’. 하지만 ‘유치한 느낌이 든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차태현 혼자 등장하는 게 흥행에 훨씬 유리하다’는 의견을 무시하고 박보영과 왕석현까지 등장해 나란히 포즈를 취한 포스터도 경쟁 영화 관계자들이 마음을 놓을 정도로 평범해 보였다.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마케터들까지 ‘과속스캔들’의 포스터를 보고 경악할 정도였다. 설상가상 극장 대진운도 나빴다. 할리우드를 휩쓰는 화제작 ‘트와일라잇’과 대형 블록버스터 ‘오스트레일리아’가 1주차에 맞붙고, 겨울방학용 맞춤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와 대작 애니 ‘벼랑위의 포뇨’, 그리고 크리스마스 로맨스영화 ‘달콤한 거짓말’까지. 개봉 2주차부터 ‘과속스캔들’이 설 자리는 작아 보였다. 하지만 ‘과속스캔들’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터졌다. 언론시사회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과속스캔들’은 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을 환한 웃음으로 바꾸며 600만 명에게 희망을 던졌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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