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깜짝생일파티…엄마가신났다

입력 2009-01-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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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자기 생일만 기억하고 제 생일은 남의 일인 양 잊어버리는 남편, ‘엄마도 생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무심한 우리 아이들, 저는 며칠 전부터 “엄마 생일 얼마 안 남은 거 알지? 엄마도 생일 챙겨 줘∼” 하면서 홍보를 했습니다. 그 동안은 아무 소리 안 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제가 얘기하지 않으면 끝까지 안 챙겨줬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방법을 바꿔봤는데, 남편도 아이들도 다들 들은 척 만 척 했습니다. 솔직히 좀 서운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길 했는데 그냥 넘어가진 않겠지’하고 기대하는 마음은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제 생일이 됐을 때, 아침 일찍 상 차리려고 주방에 갔더니, 남편이 앞치마를 두르고 미역국을 끓이고 있었습니다. ‘야∼ 생일이니까 남편한테 이런 대접도 받아보네∼’ 저는 너무 기뻐서 남편을 꼭 안고 고맙다고 얘길 했습니다. 그리고 밥을 먹는데, 남편이 옆에 앉아 계속 생색을 냈습니다. “난 미역국 끓인 게 이번이 처음이야. 내가 처음 끓인 미역국을 당신 선물로 줄게. 이게 내 생일 선물이야” 이러고 얼른 출근을 했습니다. 다른 집은 마누라 생일에 꽃도 선물하고 케이크도 사오고 한다던데… 그래도 속상하진 않았습니다. 남편 말대로 남편이 차려준 밥을 먹은 건 그 날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내고 저녁이 되었을 때, 남편이 저녁을 먹으면서 애들한테 눈짓으로 뭔가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제가 “자기 수상해∼ 왜 그래? 뭐 있어?” 하니까 “애들이 당신 생일인데 선물도 안 주잖아. 난 아침에 줬는데 말야” 이러면서 애들한테 또 눈짓을 보냈습니다. 저는 “선물 같은 거 없어도 괜찮아. 그저 아프지 말고, 말썽 피우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해. 그게 엄마한테 제일 큰 선물이야” 했습니다. 그런데 중학생 우리 큰아들이 작은 상자 하나를 쑥 내밀면서 쑥스러웠는지 얼굴이 빨개져서는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이거 받으세요” 했습니다. 그래서 포장을 풀러봤는데, 그 안에는 정말 예쁜 머리끈이 들어있었습니다. 저는 애들에게 처음으로 받는 선물이라 저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쳐서 눈물이 찔끔 나왔습니다. 옆에서 남편이 하는 말이 두 남매가 얼마 되지도 않는 용돈을 모으고 모았다고 했습니다. 엄마한테 어울리는 머리끈을 산다고 온 시내를 몇 바퀴나 돌아다녀 겨우 산 거라고도 했습니다. 그 소리에 애들이 더 기특하고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괜히 샘내는 척 하며 “이야∼ 아빠 생일엔 아무것도 안 해주더니, 엄마 생일만 챙겨주고 아빠 괜히 섭섭하다∼” 라고 했습니다. 초등학생 우리 딸이 “저희도 아빠가 좋아하시는 거로 선물 해드리고 싶은데, 아빠가 좋아하는 건 우리가 살 수 없는 거라서 안 돼요”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게 뭐냐고 물어봤더니, “그거요? 술이랑 담배요” 이러는 겁니다. 제가 큰소리로 웃었더니 남편이 괜히 머쓱해했습니다. 남편은 “그런 거 말고도 아빠 좋아하는 거 많아. 다음 번 아빠 생일 때도 선물 해줘. 나도 우리 아들딸이 주는 생일 선물 좀 받아보자” 얘기했습니다. 아무튼 이번 생일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해 준 생일 선물 덕에 평생 잊을 수 없는 생일이 될 것 같았습니다∼ 너무 너무 행복했습니다. 서울 동작|박윤경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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