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축구대통령’에서축구팬으로돌아가다

입력 2009-01-22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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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58)이 16년 만에 ´축구대통령´ 직위를 내려놨다. 정몽준 회장은 22일 오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대의원총회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협회장을 물러남을 전하며 16년 간 이어온 자신의 치세를 마무리했다. 정 전 회장은 지난 1993년 1월12일 협회 회장으로서 첫 발을 내디딘 뒤, 1997년과 2001년, 2005년 3번에 걸쳐 직위를 연임했다. 그의 회장직 연임을 가능케 했던 가장 큰 요인은 그가 현대중공업이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대주주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정 전 회장은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1979~87년),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1988~92년)에 이어 재벌 출신이라는 후광으로 협회 회장직을 맡게 됐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은 1996년에 2002한일월드컵을 유치하면서 자신이 그저 재력만 가진 회장이 아님을 증명했다. 전국에 10개의 월드컵경기장을 신축하는 대역사가 진행됐고, 이에 화답하듯 한국국가대표팀은 2002한일월드컵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4강 진출을 이뤘다. 당시 수백만의 한국인들이 벌인 거리응원은 한국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만한 대사건이었다.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로 큰 명성을 얻은 정 전 회장은 일약 유력 대통령 후보로 떠올랐다. 정 전 회장은 그해 12월19일에 열린 대통령선거를 한 달 가까이 앞두고, 이후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63)과 후보단일화를 하는 등 한국 정치계를 주름잡았다. 정 전 회장은 이후에도 2007년에 17세 이하 세계청소년월드컵을 한국에 유치하는 등 유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390번지에 건립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는 정 전 회장의 대표적인 업적이다. 협회는 130억원(대한축구협회 31억원, 문화관광부 30억원, 국민체육진흥공단 35억원, 월드컵조직위 33억원 부담)을 들여 파주 NFC를 2000년 12월5일 착공, 2001년 11월9일 완공했다. 이후 파주 NFC는 각급 축구대표팀의 훈련지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지도자 및 축구인들의 교육 장소로 자리매김, 축구 발전의 메카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이 16년 동안 장기 집권을 함으로써 축구계의 다양한 의견이 협회 행정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협회장 선거에 나섰던 허승표 후보(63)는 지난 12일 출마의 변을 피력하면서 "대한민국 축구는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프로축구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관중은 적다. 아마축구에서는 심판이 경기장에 나오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이제 (축구협회가)변하지 않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의 존재가 축구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음을 깨닫고 지난 2007년 말, "2009년 초에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다. 자신의 약속을 지킨 정 전 회장은 이날 후임자에게 축구대통령 자리를 넘겨주고 비로소 한 사람의 축구팬으로 돌아갔다. 축구를 사랑한 한 인간 정몽준이 한국축구계에 남긴 족적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세인의 화젯거리가 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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