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스트레스?운동으로KO펀치!”

입력 2009-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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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올림픽에서 20년간 세계 10위권의 성적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메달의 숫자가 체육 강국임을 나타내는 단일지표일 수는 없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불균형 해소는 한국체육계의 오래된 과제다. 사회발전의 양상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986년부터 3년 주기로 발표하고 있는 ‘국민생활체육활동 참여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체육활동 참여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스포츠동아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공동 기획한 ‘규칙적 운동이 부자 만든다’ 2회에서는 생활체육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한국인의 체육활동 성향을 분석한다. 안산시청 탁구동호회와 서울 반포동의 복싱클럽을 찾아 운동의 매력에 빠진 이들의 모습을 취재했다. 안산시청 탁구 동호회 안산시청 탁구동호회는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1997년 창단됐다. 1주일에 2번, 약 1-2시간씩 시청 옥상에 마련된 간이탁구장에서 운동을 즐긴다. 회원수는 약 50여명. 선수 출신의 코치까지 영입, 1주일에 2차례씩 레슨도 받는다. 실력이 일신 우일신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 재미가 더 붙는다. 공무원탁구대회 입상경력도 수차례 있다. 남들은 편한 직장이라고들 하지만 공무원 사회도 신규인력 채용이 줄면서 노동 강도가 세졌다. 업무 스트레스도 당연히 늘었다. 이정훈(36·안산시청 총무과)씨는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면 퇴근 후 바로 탁구장으로 달려온다”면서 “1시간 땀을 빼고 나면 정신적인 피로가 싹 달아난다”고 했다. 덕분에 매끈한 몸매까지 얻었다. 아랫배가 볼록한 지인들을 보면 어깨가 으쓱한다. 원년 멤버인 동호회 회장 유진희(43·안산시청 도시계획과)씨는 유년시절부터 기관지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다보니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다. 현재 정기 건강검진에서도 특별한 이상이 없을 정도로 건강한 몸을 자랑한다. 유 회장은 “40대에 접어들면서 성인병에 걸리는 친구들도 있다”면서 “정기적인 운동이 건강의 비결인 것 같다”며 웃었다. 회원들의 부서는 제각각이다. 동호회 활동을 하기 전까지는 모르던 얼굴이 대부분. 그간에는 사실 다른 부서의 업무사정까지 헤아리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운동을 통해 친분이 쌓이자 결국 부서간의 유기적인 업무 진행에도 도움이 됐다. 그래서 안산시청에서도 동호회를 적극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안산시청 탁구동호회는 창단 초기 공간문제로 애를 먹었다. 동사무소 회의실을 돌아가며 사용하기도 했고, 안산 올림픽 기념관을 빌리거나 사설탁구장에 대여료를 지불하고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청 옥상에 간이탁구장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탈의실이 없다. 난방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 동호회원들은 “생활체육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시설 확충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훈씨는 “절대적인 시설도 부족할 뿐더러 설사 돈을 주고 운동시설을 빌린다고 해도 가계가 어려운 시기라 부담이 크다”고 했다. 탁구는 그나마 공간과 비용문제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최문탁(29)씨는 “야구 장비가 비싼데다가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더라도 야구장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강남 SG복싱클럽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강남SG복싱클럽. 저녁시간대가 되자 퇴근한 직장인들이 문을 두드린다. 줄넘기 줄이 날렵하게 바닥을 때리는 소리, 샌드백을 치는 소리, 거친 숨소리까지. 한겨울 한기가 느껴지던 체육관은 이내 열기로 채워졌다. 강남SG복싱클럽이 문을 연지 1년. 짧은 기간이지만 주변 직장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현재 등록회원수는 700-800명을 헤아린다. 여성회원도 30%나 되고, 연령대도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굵은 땀방울을 식히며 시원한 물을 들이키던 회원들은 한결같이 “좁은 공간에서 별다른 장비 없이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복싱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직장인 고재필(36)씨는 “야근 직전 저녁식사시간을 이용해 잠시 체육관을 찾았다”고 했다. 글러브를 낀 지는 6개월 남짓. 105kg이던 체중은 84kg으로 줄었다. 타격의 매력에 빠져들어 이제는 하루라도 링에 오르지 않으면 손에 가시가 돋칠 지경. 반년 만에 고지혈증도 사라졌다. 직장인 조명호(28)씨는 1년 전 복싱을 시작했다. 1주일에 5번씩, 하루 2-3시간씩 샌드백과 씨름한 결과 이제는 아마추어대회에까지 나갈 실력이다. 그는 “어떤 운동이든 꾸준히 하면 체력이 향상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복싱은 정신수양의 묘미까지 있다”고 했다. 링 위에 올라가면 공이 울리기 전까지는 아무리 지쳐도 내려올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체육관을 나서는 순간 오기와 끈기, 뱃심이 생긴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중학생 김우성(15)군은 마른 체형으로 고민이 많았다. 지구력이 부족해 조금만 운동을 해도 힘에 부쳤다. 축구를 좋아했지만 발재간이 없어 친구들 사이에 끼는 일이 쉽지 않았다. 김 군은 “복싱클럽은 수준별로 지도를 해주니까 운동신경이 없어도 재밌게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체력도 많이 향상됐다. 대학생 김기선(23)씨는 이제 막 체육관에 발을 들여놓았다. 학교 축제 때 ‘돈 주면 맞아주는 사람’을 때려봤다가 복싱에 끌렸다. 그녀는 “간호전공이라 체력보강도 필요하고, 다이어트도 할 생각으로 복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여태껏 운동을 미뤄온 이유는 정보의 부족 때문이었다. 대학생이라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었지만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벨기에 출신의 줄리앙(23)씨는 “지방과 도시의 운동시설 차이가 상당하다”면서 인프라 부족을 지적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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