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성지’우커송야구장의안타까운철거

입력 2009-02-03 16: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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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23일을 기억하시나요? 그렇습니다. 베이징올림픽 야구 결승전(한국-쿠바)이 열렸던 날입니다.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현장에서 직접 경기를 지켜봤던 저 역시 그 날의 감동이 생애 최고의 추억 중 하나로 남아 있네요. 우커송야구장 메인필드에 울려 퍼진 애국가와 선수들이 기뻐했던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소식이 있습니다. 금메달의 영광이 담겨 있는 ‘올림픽성지’ 우커송야구장이 철거되고 있답니다. 만들어지기 전부터 철거가 계획되어 있었던 터라 이해는 하면서도, 가슴으로는 그냥 바라만 봐야 하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네요. 철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우커송야구장은 결승전이 열린 메인필드와 관중석이 좀 더 적은 제 2 야구장, 2개의 구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두 구장 모두 마치 공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하는 편안함과 깨끗함이 매력입니다. 하지만 맨 윗 사진(올림픽 당시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외야석과 일부 내야석은 간단한 철골구조로 조립되어 있었습니다. 구장자체가 철거가 용이하도록 만들어진 가건물인 셈이죠. 내부 역시 쉽게 부서질 수 있도록 석회를 사용했습니다. 처음부터 올림픽위원회와 베이징시에서는 야구장을 계속 유지하려는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우커송야구장의 접근성이 나쁘지 않은데다 상업부지로 활용가치가 높아 대형 쇼핑몰과 주차장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대 여론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올림픽이 주는 상징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커송구장 외에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마땅한 야구장이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진거죠. 해외 언론에서도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올림픽야구대회가 열린 곳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는 내용의 기사를 다루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철거를 하겠다는 의지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두 구장 중 한 곳은 남겨 놓자는 절충안도 나왔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차이나닷컴에 언급된 한 관계자의 인터뷰를 보면 철거를 강행한 이유를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중국에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림픽경기를 관람했던 사람도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이나 대만 출신이었다. 보존을 할 경우 거기에 맞는 가치를 해야 되는데 1년에 1-2회 이용되는 야구장에서는 그런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즉, 중국에서 야구가 비인기종목이라는 것과 금싸라기 같은 땅을 넓게 차지한 야구장이 경제적인 면에서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죠. 결국 반대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조금씩 진행된 철거작업은 12월31일부터 박차를 가합니다. 적지 않은 팬들이 철거되는 모습을 보기 위해 구장을 찾았으나, 보안을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막혀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진을 보면 철거작업이 상당 부분 진행됐음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관중석은 이미 제거됐고, 좋은 질을 자랑했던 잔디도 말라 죽어버렸습니다. 외관만 남아 있을 뿐 그라운드도 이미 황토를 드러냈으며, 본부석 의자도 사라졌습니다. 포털사이트의 위성 사진으로도 상당 부분 해체 됐음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우커송야구장이 철거 되고 있는 것에 대해 KBO에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홍보팀에 전화를 했더니 “우리가 딱히 할 수 있는 게 있느냐. 금메달을 기념하기 위해 구장베이스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자기들이 소장하겠다고 해서 가져올 수 없었다”라고 말하더군요. 때문에 우리로서는 올림픽의 추억을 기억과 녹화필름, 그리고 금메달로 대신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림픽 당시의 환희와 현실이 너무 다른 것이 많이 아쉽네요. 우커송야구장은 2월중 모든 철거작업을 마치게 됩니다. 올림픽성지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는거죠. 비록 그 곳을 다시 찾을 순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올림픽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커송야구장의 사라짐과 야구의 올림픽 정식종목 퇴출 속에서 얻은 금메달이기 때문에 더욱 환하게 빛나지 않을까요. -임동훈 기자 arod7@dogna.com <좋은 사진 쓸 수 있게 허락해주신 엠엘비파크 아몬드봉봉님, 블로그(http://chinesebaseballstory.tistory.com/201)에 담긴 내용 참고할 수 있게 해주신 엠엘비파크 대치동갈매기님, 중국어해석에 도움을 준 박보림양에게 감사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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