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故김형곤의형김형준연극데뷔기

입력 2009-0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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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맨’벗고선첫무대동생형곤이노력느껴져”
“삼성 대기업 임원 출신이었다고 목에 힘만 주고 그러지 않는다. 아들과 같은 나이인 여배우들이 선배님이다. 한 마디라도 더 들으려고 노력했고 그런 태도를 익힐 수 있었다.” 삼성전자 국내사업부 영업부문 상무에서 지난 달 배우로 잠시 변신한 김형준(53·사진)은 인생 최초로 연극무대에 도전했다. 25년간 몸담은 회사를 나와 라이프씨어터의 연극 ‘수요일의 연인들’에서 주인공을 맡은 것이다. ○ “아들같은 선배들과 열연 행복” 무대에 서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자, 새 일을 시작하기 전 그만의 충전 배터리였다. 그는 “삼성에서 있었던 일은 잊어버리고, 지금 이 순간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하다. 과거를 생각하지 않고 미래를 생각하며 산다”고 말했다. 그는 ‘윈윈파트너스’라는 인력파견회사를 창업하기 전, 라이프씨어터 극단 대표와의 친분으로 연극에 출연하게 됐다. 특히 개그맨 고(故)김형곤의 친형으로 ‘원래부터 끼가 있던 게 아닐까?’ 칭찬을 받으며 지인들에게 “생각보다 잘 한다”는 평가를 얻었다. “연극을 하면서 배우로서 사는 어려움을 느꼈다. 동생이 코미디 연기로 한 분야 정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까? 아까운 인생이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취감도 느꼈지만, 배우들도 이해하게 됐다. “동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건실하게 살고 있고, 인간미가 넘치는 걸 발견했다. 보통 열심히 하는 게 아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보면서 연예인들은 돈 벌면서 노는 것 같아 쉬워보여도, 막상 해보면 장난이 아닌 것처럼 연극도 그렇다. 누구나 모두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람 앞에 선다는 공포심이나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그게 쉽지 않았다. 연극을 하면 무엇보다 도전하는 힘이 생긴다”며 그는 무대에서 얻은 것을 뿌듯해했다. 연극은 희망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려울수록 더 연극을 보고 감동을 받았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전에는 관객 입장이라 대학로 오면 그냥 재미있었는데, 공연하는 입장이 돼보니 ‘대학로는 도전의 땅’이었다. 수없이 많은 젊은이들이 도전한다. 매일 밤 600여명의 인력이 이곳에서 공연한다. 그 인력들이 꿈과 희망을 찾아서 살고 있다”며 대학로 분위기를 말했다. ○ 아들이“아빠는 나의 롤모델” 연극을 보고 스물다섯의 첫째 아들은 “아빠가 나의 인생모델이다”이라고 추켜세웠다. 엄하고 딱딱했던 아버지가 연기에 도전하는 모습이 멋져보였기 때문이다. 원래 평소에도 새롭게 도전하는 것을 좋아했다. 지난해에는 스물셋 둘째 아들과 종로 영어학원을 함께 다녔다. 토익 시험에서 740점을 받으며 아들에게 ‘나도 하는데 니들이라고 왜 못하냐’ 고 자극도 줬다. 그는 뭐든 후회를 하더라도 시도하는 스타일이다. 할까 말까 주저하지 않고 일단 하고 싶으면 한다. 다음 인생계획의 도전은 뭐가 있을까? “킬리만자로 산도 오르고, 고비 사막도 횡단하고, 아마존 강도 건너겠다”는 그는 연극으로 받은 에너지를 가지고 이달부터 새 사업을 시작한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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