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로미오와줄리엣’취소해프닝왜?

입력 2009-0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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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이 지난 3일 기획사와 배우들의 갈등으로 공연이 막이 오르기 직전에 취소되는 상상 못할 일이 벌어졌다. 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에서 뮤지컬을 기다리던 관객들은 정확히 공연 15분 전 취소를 알리는 장내방송을 들었다. 티켓창구로 몰린 관객들은 ‘정확한 이유를 알려 달라’‘담당자가 누구냐?’‘오늘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어쩌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관객들은 결국 관람료 환불과 초대권, 차비 1만원을 보상으로 받았지만 분노는 씻을 수 없었다. 주관사 지에스이엔티는 프랑스 배우들에게 출연료를 예정된 시간보다 4시간 늦게 지급해 공연취소라는 오점을 남겼다. 한국인 정서로는 ‘출연료를 안 준 것도 아니고 몇 시간 늦게 준 것인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프랑스 배우들은 공연거부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계약에 민감했다. ○배우들 출연료 미지급 이유 공연거부 관계자에 따르면 배우들의 출연료는 나눠서 입금되는데, 3일 공연 당일 입금분이 예정보다 늦은 것이다. 조금 늦더라도 공연이 재개되지 않을까 하고 바라던 관객의 기대와 달리, 배우들은 이미 해산한 뒤였다.이번 사태는 최근 경기상황과 맞물린 환율 상승 탓으로 돌려버리기에는 파장이 큰 해프닝이다. 우선 한국 기획사의 안이한 일처리 방식이 비난받을 만 하다. ‘어떻게든 되겠지’ ‘설마 돈을 주지 않아도 배우들이 무대를 거부할까’라고 하는 한국식 정서로는 재발이 가능한 공연 보이콧이다. 요즘 우리 뮤지컬 기획사들은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인기 뮤지컬이라면 일단 무대에 올리고 본다. 배우들의 공연 거부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아니다. 이 때문에 공연에 대한 일반 팬들의 불신이 더 큰 문제가 될 것 같다. 지난 2005년 2월, 뮤지컬배우 김법래가 출연을 거부하면서, ‘브로드웨이 42번가’의 23일 공연이 취소된 적이 있다. 여주인공 김선경 역시 중도에서 출연을 그만뒀다. 기획사인 대중뮤지컬컴퍼니가 출연료를 미지급한 상태로 공연을 강행한 까닭이었다. ○기획사 안일한 일처리…팬심 잃어 예술을 하기 때문에 서로 간의 의리가 중요하다는 식의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나 구두계약은 배우들의 보이콧을 설득할 수 없다. 4일 공연이 재개된 ‘로미오와 줄리엣’은 작품성과 관람객의 환호에도 불구하고, 객석은 꽉 차지 못했다. 팬들이 그 뮤지컬에 대해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기획사 지에스이엔티, 공연홍보를 책임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대관을 맡은 세종문화회관은 뒤늦게 프랑스 배우들과 함께 ‘27일 마지막 공연까지 관객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좋은 공연을 보여주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행키로 했다. 그렇지만 한 번 돌아선 팬들의 마음이 쉽게 돌아설지는 아무도 모른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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