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림바와 실로폰을 헛갈려하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만.
“하하! 마림바는 음을 울리는 공명관이 굉장히 커요. 음역도 낮은 편이고. 실로폰은 높고, 쇳소리 같고, ‘땍때거린다’라고 해야 하나 … 마림바와 달리 맑은 소리가 나죠. (초등학교 때 많이 쳤죠?) 아! 그건 실로폰이 아니에요. 글로켄슈필이란 악기죠. 실로폰은 장미나무로 만들어요. 마림바도 그렇고. 금속으로 건반을 만든 타악기는 글로켄슈필과 바이브러폰(비브라폰)이 있죠.”
- 오케스트라 타악기주자를 두고 심하게 말해 ‘놀고 먹는다’라는 시각도 있는데요?
“억울하다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저희 입장에선 할 말이 많죠. 오케스트라란 것이 퍼즐과 같거든요. 한 조각이라도 없으면 완성이 안 돼요.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조각이란 건 없잖아요. 우린 폭발력을 갖는, 터뜨리는 악기에요. 그런데 음악이란 것이 매번 터뜨릴 수는 없잖아요. 제때, 제대로 터뜨리기 위해서는 바이올린의 모든 파트도 알고 있어야 해요. 다른 연주자들은 연주를 해가면서 흐름을 탄다면, 우리는 안 하면서 타고 있어야 하는 거죠. 그래야 ‘딱’ 나와야 할 때 나올 수 있거든요.”
김미연 씨는 타악기에 대해 ‘굉장히 위험한 악기’라는 표현을 썼다. 생각해 보니 그도 그렇다. 교향곡 4악장 종반, 그야말로 절정의 순간에 심벌즈가 돌연 뜬금없이 ‘쨍’ 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바이올린이야 머릿수가 많으니 좀 틀려도 은근슬쩍 ‘묻어갈 수’ 있지만 타악기 주자는 그렇지도 못할 것이다. 그야말로 무한책임에 가깝다. 타악기는 고독한 악기인 것이다!
- 연주를 안 할 땐 뭘 하시나요?
“친구들과 그래요. ‘야, 정말 우린 취미도 없다’. 저희가 연주 안 하는 시간엔 다른 연주 보러 다니거든요. 부족하다고 느끼니까. 3박 4일 정도만 시간이 나도 일본 같은 곳에 가서 NHK필 연주보고, 휴가 10일이면 유럽도 가고. 가서 ‘나는 서울시향 누구인데, 배우고 교류하고 싶다’그러면 굉장히 놀라죠. 같은 입장인데, 자기네는 그러지 않으니까.”
‘친구들과 노래방 가면 탬버린 치라고 졸라대지 않냐?’는 우문에 ‘절대 안 하죠’라 웃었다. 혹시나 싶어 ‘노래방에서 써먹게 탬버린 연주법 하나만 알려 달라’고 해봤지만 김 씨는 그냥 웃을 뿐이었다.
인터뷰가 있은 지 얼마 뒤 서울시향의 연주회를 다녀왔다. 2부에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셰헤라자데’가 연주됐고, 4악장 ‘바그다드의 축제’에서 팀파니, 심벌즈, 트라이앵글, 작은북 등이 모처럼 총출동했다.
연주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문자 하나를 받았다. ‘오늘 연주 어땠나요? 물론 탬버린도 보셨겠죠? ^^ 김미연’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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