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Ms.박의라이브갤러리]클림트전

입력 2009-02-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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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찬란함뒤세기말혼란이…
‘황금빛 비밀’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아시아 첫 나들이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시작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디트I’, ‘아담과 이브’ 등 우리에게 낯익은 유화 외에도 드로잉과 포스터 원본 등 총 110여점의 작품이 소개된다고 하니 클림트 단독전 규모로는 세계 최대다. 이번 전시에서 이목을 끄는 작품은 단연 ‘유디트1’이다. 클림트는 평생 두 점의 유디트를 그렸는데, 1901년 ‘유디트I’을 그리기 시작해 1909년 ‘유디트Ⅱ’를 완성했다. 클림트는 이 기간 동안 유난히 황금빛에 집착했는데, 그래서 이 시기를 보통 ‘황금빛 시기’로 부른다. 본래 구약성경에서 유디트(Judith)는 앗시리아의 장군 홀로페네스를 유혹해 그의 목을 베어 자신의 민족 유다를 구출한 과부로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20세기 초 클림트는 그녀를 팜므 파탈, 즉 남성을 유혹해 그를 끝내 죽음의 파국으로 치닫게 만드는 운명의 여인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런 연유에서 클림트는 줄기차게 ‘관능의 화가’, ‘여인의 화가’로 불려왔다. 여기에 또 하나 ‘세기말의 화가’를 덧붙일 수 있겠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세기말은 무질서와 향락, 염세와 회의, 그리고 동시에 신세기에 대한 흥분과 기대로 점철되어 왔다. 로트렉, 뭉크, 쉴레 등 19세기말 위대한 화가들이 한결같이 세기말의 혼란에 대응하여 새로운 차원의 화풍을 창조하고자 노력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클림트 역시 덩굴식물의 줄기에서 따온 우아하고 물결치는 장식적 곡선으로 19세기말 유럽을 휩쓸었던 유겐트슈틸(Jugend-style, 독일어로 ‘젊은 양식’)의 대표주자였다. 특별히 세기말의 화가에게는 자신을 짓누르는 전통을 파괴하지 않고서는 신세계를 창조해낼 수 없다는 숙명이란 짐이 놓여 있다. 계란을 깨뜨리지 않고서는 계란 오믈렛을 만들 수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빈 분리파의 거장’라는 클림트에 대한 또 하나의 수식을 첨가할 수 있다. ‘빈 분리파’는 1897년 클림트가 주축이 되어 결성된 예술인 단체로서, 그들은 미술과 삶의 상호교류를 위해 학교와 관주도의 전시회 등 과거의 인습과 결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클림트의 황금빛은 세기말의 혼란 속에서 영원불변한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라는 인간 운명의 딜레마를 품고 있기에, 단순히 황금색 금속이 반사하는 빛의 찬란함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을 푸는 열쇠는 바로 ‘예술가가 유한한 인간의 운명으로부터 무력함을 제거하고, 순간적인 정사의 덧없음을 초월하는 구원자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 속에서 찾아야 한다. 박 대 정 유쾌, 상쾌, 통쾌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미술 전시를 꿈꾸는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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