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기자의베이스볼에세이in하와이]정근우왼팔문신은‘사랑해여보’

입력 2009-02-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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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이야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SK 정근우(27·사진)가 고교 시절 주장으로 활약했다는 귀띔입니다. 부산고 동기동창인 클리블랜드 추신수의 증언입니다. 작은 덩치의 정근우가 커다란 선수들을 호령하며 지냈을 생각을 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정근우는 꽤 마음이 넓고 포용력이 큰 선수거든요. 웬만한 일엔 얼굴 한 번 찡그리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인기가 좋은 편입니다. “어차피 화내봤자 상황이 달라질 게 없는데, 그럴 바엔 한번 허허 웃고 잊어버리는 게 편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랍니다. 그런데 승부욕은 또 엄청납니다. 이번 WBC를 벼르고 있는 이유도 지난해의 아픔 때문입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선수 자격으로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했지만 대만에 대패했던 기억을 아직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심을 했는지는 몰라도, 그 때 깨달은 게 많아요. 이번엔 꼭 그 때의 설욕을 해줘야죠.” 사실 하와이에 도착했을 때는 얼굴이 어두웠습니다. SK 캠프에서 펑고를 받다가 오른손 검지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거든요. 그래서 타격 훈련을 하나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웬 걸. 연습경기를 시작하자마자 방망이가 춤을 춥니다. 최근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이대호는 정근우의 타구를 볼 때마다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이순철 타격코치는 “친구 대호한테 방망이 좀 가르쳐주라”며 짐짓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정근우는 지난해 말 왼팔에 문신을 하나 새겼습니다. 아내 홍은숙 씨와 이제 태어난지 1년이 된 아들 재훈 군의 이름입니다. “우리 가족을 위해 늘 열심히 야구하겠다는 각오”랍니다. 개구쟁이 같은 외모 뒤에 가장으로서의 묵직한 책임감을 품고 있는 겁니다. 그의 작은 몸속에 또 어떤 힘이 숨겨져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하와이|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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