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치맨Why?‘슈퍼히어로영화’가왜18금을당했나

입력 2009-03-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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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의 진화 할리우드 영화의 대표선수격인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는 대중들, 특히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장르였다. 하지만 이제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2008년 명품 슈퍼히어로의 탄생을 알린 ‘다크 나이트’는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의 강력한 노미네이트 후보로 꼽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알록달록 달라붙는 옷에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쓴 슈퍼히어로가 이렇게 평단에서 대접받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진화는 계속됐다. ‘다크나이트’가 할리우드 명품 슈퍼히어로의 시작을 알렸다면 5일 개봉하는 ‘왓치맨’은 성인용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다. 슈퍼히어로 영화의 최대 고객인 청소년을 과감히 포기한 ‘왓치맨’은 어떤 영화일까? ○방대한 스토리 영화 제작 한때 주저도 미국에서 1986년 12권짜리 그래픽 노블로 출판된 ‘왓치맨’은 이미 원작부터 잔인한 폭력성과 야한 내용으로 화제가 된 성인용이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이야기의 깊이도 있고 철학적 시각도 갖고 있었다. 작품의 배경은 1985년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절정에 올랐던 시기. 실제 역와 달리 미국 최악의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닉슨은 헌법까지 바꿔 3번째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정부의 공인 아래 수십년간 활약한 슈퍼히어로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금지한 법때문에 평범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 은퇴한 슈퍼히어로 중 한 명인 코미디언이 누군가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숨죽여 살던 슈퍼히어로들은 이 일을 시작으로 잊고 있던 그들의 엄청난 힘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한다. 마침 미국과 소련의 대립으로 핵전쟁의 전운이 감돈다. ‘왓치맨’은 워낙 방대한 내용에다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내용 때문에 영화화가 주저됐던 작품이다. 하지만 ‘300’으로 이미 한번 그래픽 노블을 완벽하게 스크린에서 부활시킨 잭 스나이더는 최대한 원작에 충실해 새로운 색깔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완성했다.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다 보니 자연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와는 전혀 다른 ‘18금’ 슈퍼 히어로 영화로 탄생했다. ‘18금’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두 슈퍼히어로의 격정적인 정사 장면은 기껐해야 키스 신이 에로틱한 장면의 전부였던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와는 비교가 안된다. ○히어로즈와 인간의 대립…공존은 없다 하지만 ‘왓치맨’이 18세 이상 관람등급 성인용 블록버스터인 가장 큰 이유는 깊이 있는 이야기 구조다. 슈퍼히어로의 참전으로 미국은 베트남전쟁에서 승리한다. 하지만 슈퍼히어로들의 능력은 정치적으로 악용됐다. 시민들은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슈퍼히어로들을 불안해한다. 신의 경지에 오른 슈퍼맨은 더 이상 인간 세계에 관여하지 않는다. 인간들에게 환멸을 느낀 초인 닥터 맨해튼은 화성으로 떠나버린다. ‘왓치맨’은 과연 슈퍼히어로들이 실제 존재한다면 인간들과 잘 어울려 살 수 있을까? 라는 상상에서 시작됐다. 우리보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그들과의 공존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결론을 ‘왓치맨’은 잘 그려냈다. ‘왓치맨’은 비상업적이라는 평가까지 받은 유일한 슈퍼히어로 영화다. 하지만 분명한건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성인용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의 탄생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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