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사이버사기제가당할줄몰랐네요

입력 2009-03-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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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라도 광주에 사는 아기 낳은 지 이제 50일된 초보엄마입니다. 요새 엄마들은 인터넷 카페활동을 많이 합니다. 저 역시 임신했을 때부터, 인터넷 카페에서 활발히 활동했습니다. 첫 임신이라 모르는 게 많았고, 정보를 얻기 위해 카페 가입을 했습니다. 임신 중 힘든 것들, 시댁이야기, 결혼이야기 하면서 실제로 만나는 친구들 못지않게 카페회원들하고 많은 정을 나누었습니다. 약 5개월 정도 제가 열심히 활동했더니 제게 운영진 자리가 주어졌습니다. 카페를 총 운영하는 사람을 매니저라고 하는데, 저는 부 매니저로 실질적인 카페 운영자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게 큰 힘과 도움을 줬던 카페여서 저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하며 열심히 카페 운영에 힘썼습니다. 어느 날 카페 회원 중에 친하게 지내던 어떤 엄마가 “우리 카페도 여러 명이 같이 물건을 사는 공동구매 한 번 해보면 어때? 여러 명이 같이 사면, 싸게 사고 좋잖아?”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사실 아기 분유나 기저귀, 아기용품은 워낙 비싸고 또 자주 사야하는 품목이라 다른 카페에선 엄마들끼리 공동구매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 카페는 그런 적이 없어 선뜻 그러자고 대답을 못 했지만, 그 엄마가 엄마들에게 인기가 많은 일본회사 제품의 기저귀라며 자기가 책임질 테니 같이 공동구매를 하자고 계속 그랬습니다. 공동구매를 많이 해봤는데 별로 어렵지 않다며 저를 계속 설득했습니다. 그래서 카페에 공지 글을 띄워봤는데, 7만8000원 선 입금이고 10상자 한정 판매라고 하는데, 워낙 인기 제품이라 그런지 순식간에 주문이 완료되는 겁니다. 그리고 수많은 엄마들이 그 물건을 사지 못 해 아쉬워했습니다. 저는 제 개인적인 거래가 아니라 카페를 통한 거래였기 때문에 그 엄마한테 한 번 더 확인하며 “이거 정말 확실한 거지? 믿어도 되지?” 하니까 “우리 아기 이름 걸고 하는 거야. 걱정 마” 하면서 걱정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배송을 약속한 1월 중순이 되었는데, 여전히 물건이 도착하지 않는 겁니다. 주문한 엄마들은 언제 물건이 오냐고 불만 가득한 글들을 올리고 저 역시 계속 불안해서 그 엄마를 재촉했는데, 워낙 주문량이 많아서 그런 거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할 뿐 차일피일 날짜만 미루는 겁니다. 그리고 지난 2월 2일 결국 그 엄마랑은 연락이 두절되고 말았습니다.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일단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를 했고 그 다음날 광주 서부경찰서에 가서 인터넷 사기로 고소를 했습니다. 태어난 지 갓 한달 넘은 아기를 안고 연초부터 경찰서를 가려니 기분이 아주 안 좋고 아이한테도 너무 미안했습니다. 경찰은 시간이 좀 걸릴 거라며 저더러 집으로 돌아가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애기 엄마들이 피해를 보게 생겼다며, 꼭 좀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리던지, 너무 속상해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일이 내게도 일어나다니 사람을 쉽게 믿어버린 제가 너무나 바보같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일단 주문하셨던 카페 회원에게 7만8000원 씩, 열 분께, 제 사비를 털어 돈을 환불해 드렸습니다. 경찰서에서 연락 오길 기다렸는데, 경찰이 그랬습니다. 이미 저희 카페 말고도 다른 곳에서 같은 방식으로 사기 친 피해 액수가 500만원이 넘는다고 말입니다. 그 엄마 아기가 이제 150일 정도 됐다고 하던데, 어떻게 자식을 앞세워 그런 사기를 칠 수 있나요? 한 아이의 엄마로서 부끄럽고, 믿기지 않아 제가 얼굴이 다 화끈거릴 판이었습니다. 저희 남편은 그냥 잊어버리고, 괜히 이번 일로 ‘사람을 못 믿네 어쩌네’ 부정적인 생각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런 일 겪고 나니 그 누구도 쉽게 못 믿겠습니다. 세상에 못된 사람들 보다 좋은 사람이 더 많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요? 너무 억울하고 황당한 일이라 속상합니다. 광주 서구 | 김미라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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