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반쪽사랑만줬던엄마가미안해

입력 2009-03-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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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른넷이라는 나이에 결혼을 해서 서른일곱 살 때 어렵게 큰 애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해 연년생으로 작은 애도 낳았습니다. 정말이지 저희 부부는 두 딸을 힘든 줄도 모르고 금이야 옥이야 길렀습니다. 아이들이 재롱을 부릴 때면 마치 이 녀석들이 다 크기도 전에 미리 저희에게 효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희 부부는 첫 정에 빠져서 작은 딸에 비해 큰 딸에게 큰 사랑을 주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작은 애는 많이 챙겨주지 못 했습니다. 그래도 작은 애는 투정 같은 건 부리지도 않았고 너무 순하게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반복하며 순둥이로 잘 자라 주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니게 됐습니다. 큰 애는 아무 탈 없이 유치원 생활에 적응하고 잘 지냈는데, 둘째가 유독 힘들어했습니다. 저는 작은 애가 저를 닮아 숫기가 없어서 적응이 늦는 거라 생각하고 매일 아이를 달래서 유치원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재롱잔치가 있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 유치원에 갔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웃기도 잘 웃고 씩씩하게 잘 다니는데, 저희 애는 처음부터 끝까지 울기만 하고 제게 안겨있으려고만 했습니다. 그리고 제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작은 애는 지나치게 소심하고, 자신감도 없고, 자존감도 낮았던 겁니다. 제가 큰 애만 끼고 돌 때 작은 아이는 제게‘저도 사랑해 주세요’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병들고 있었던 겁니다. 제가 무심코 큰 애만 편애했던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 때부터 정신이 번쩍 들어서, 저는 그때부터 속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작은 아이에게 사랑을 주었습니다. 무엇을 하건 진심으로 칭찬해주고, 상담교사를 하는 친구에게 조언을 구해가며 작은 아이 마음의 병을 낫게 해주려고 무척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7년이라는 시간을 작은 아이에게 제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아낌없이 사랑해 주었더니 상태는 점점 나아졌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받지 못해 마음의 상처가 가득했던 둘째는 이제 5학년이 됐습니다. 얼마 전 학교가 개학했을 때 학교에서 아나바나 장터가 열렸습니다. 저희 애는 거기서 예쁘다며 500원을 주고 모자 달린 옷을 사왔습니다. 전 속으로 ‘저걸 쟤가 입기나 할까?’ 싶었는데, 다음 날 그 옷을 입고 학교에 가겠다고 하는 겁니다. 전 놀라서 “그 옷 친구들이 다 500원짜린 거 아는데, 괜찮겠어?”라고 물었더니 괜찮다며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로 갔습니다. 애가 입겠다고 해서 보내긴 했지만, 솔직히 많이 걱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작은 애가 돌아오자마자 애들 반응이 어땠냐고 물어봤는데, 작은 애 하는 말이, 애들이 500원 짜리 옷이라고 놀리기에 ‘그래 맞다 왜! 이게 뭐 어때서!’하고 더 당당하게 응수했더니 나중엔 다들 웃으며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듣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말도 없고 울기만 하던 꼬맹이가 이렇게 씩씩하게 자랐구나 싶어서 저는 말없이 작은 애를 꼭 안아줬습니다. 예쁜 우리 민이, 앞으로 더욱 더 멋진 모습으로, 지금처럼 당당한 모습으로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좋겠습니다. 경남 창원 | 정순화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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