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시부모님의알콩달콩부부싸움

입력 2009-03-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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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시어머니 연세는 일흔 여섯, 시아버님 연세는 일흔 다섯입니다. 그러니까 원조 연상연하 커플이라 하실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생신도 두 분 다 2월이신데 구정 설날도 근처에 있습니다. 두 분 생일날짜도 비슷하기 때문에, 저희 가족은 설 연휴가 지나면 아버님 생신에 맞춰 두 분의 생신을 같이 치러드리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일곱 명이나 되는 저희 남편 남매들은 모두 대전에 있는 저희 시부모님 댁으로 모이게 됩니다. 며느리들 여럿이 북적북적 대며 음식을 만들고, 아들들이 큰 상 펴서 케이크 올려놓으면, 저희 시부모님은 흐뭇한 모습으로 상 앞에 다가와 앉으셨습니다. 그런데 두 분이 워낙 정이 깊어 그러신가 저희 시부모님은 투닥투닥 거리며, 아주 작은 일에도 말다툼을 하십니다. 지난 생신 때도 두 분이 싸우셔서, 저희가 싸움 말리느라 아주 애를 먹었습니다. 처음 발단은 케이크 위에 초였습니다. 저희는 두 분의 연세를 합산 해, 151개의 초를 꽂았는데, 개수가 너무 많아서 그랬는지 아버님께서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멀찌감치 떨어져 앉으셔서 하시는 말씀이 “야! 빨리 끝내고 가라∼∼” 이러셨습니다. 성격이 무뚝뚝하셔서 그런 거였는데, 저희 어머님이 그냥 넘어가지 않으시고 “당신은 자식들이 우리 생일이라고 이렇게 케이크하고 음식들 장만해서 왔는데, 꼭 그렇게 주책을 떨면서 초를 쳐야겠어요?” 라고 하셨습니다. 아버님은 “뭐야? 자식들 앞에서 주책 떤다는 소릴 해? 당신은 그게 할 소리야?” 그러자 어머님이 “당신이 먼저 시작했잖아요. 나이를 드셨으면 나이에 맞게 처신 좀 똑바로 하세요∼ 그게 뭐예요?”하셨습니다. 그렇게 두 분이 부부싸움을 하자 큰아주버님이 “아버지 진정하세요. 엄마는 기분 좋은날 좋게좋게 지내자고 하신 말씀이시죠” 했더니 “넌 또 뭐야?!! 니가 엄마 좋아한다고 엄마 편을 들어야 되겠어? 니가 교수면 교수답게 똑바로 행동해야지∼” 이러면서 괜히 아주버님만 호되게 당하셨습니다. 어머님은 또 왜 교수 큰아들한테 소리 지르냐고 무섭게 달려드셨습니다. 그러다 화가 나신 어머니께서 분을 못 이기시고 집을 나가겠다며 밖으로 나가버리셨습니다. 막내 며느리인 제가 얼른 어머니 뒤를 따라가 봤습니다. 그러자 저희 어머님 어디 가신 줄 아세요? 멀리도 못 가시고, 아파트 앞 놀이터에 가셔서 누가 안 따라오나 그네에 앉아 계속 아파트만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제가 “어머님! 아버님이 잘못하셨대요∼ 얼른 들어가셔서 케이크마저 자르세요∼ 오늘 사온 케이크가 되게 비싼 거라서 엄청 맛있대요∼∼ 네?” 하고 달래드렸더니 “케이크가 그렇게 맛있대? 그럼 먹어야지” 하시면서 그네에서 일어나셨습니다. 비록 현관문에서 아버님과 한바탕 또 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두 분 다 케이크는 무사히 드실 수가 있었습니다. 어쩌다가 생일날 두 분께서 싸우시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자꾸 납니다. 저희 시부모님, 그래도 한평생을 함께 하신 천생연분이시랍니다. 앞으로도 백년해로하시며 오래 오래 재미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전 동구|손경미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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