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LPGA시즌첫승뒤아버지족집게과외있었다

입력 2009-03-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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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서두르다보면 생각지 않은 일이 벌이질 수 있지만 여유를 갖고 돌아가다 보면 묘수를 찾을 수 있다. 신지애(21·미래에셋)가 8일 고대하던 시즌 첫 우승 소식을 전해왔다.싱가포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위민스챔피언스 최종 4라운드에서 6타차를 뒤집는 대역전극으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까지는 순탄하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 버디와 보기를 3개씩 기록하면서 어렵게 출발했다. 2라운드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실수까지 이어지면서 타수를 까먹었다. 러프와 벙커를 허우적거리다 프로 데뷔 두 번째 트리플 보기를 적어내는 등 신지애 답지 않은 플레이로 다시 한번 ‘부진’이라는 말을 꺼내게 했다. 신지애의 곁에는 늘 아버지가 함께 따라다닌다.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부친 신재섭 씨는 대회가 끝나면 모니터링을 통해 그날의 플레이를 분석하고 다음날 어떻게 플레이할 것인지 계획을 세운다. 2라운드가 끝난 뒤 신 씨는 “빨리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서 너무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것 같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더라도 돌아가야 할 때는 돌아가자”라며 여유 있는 플레이를 펼치라고 주문했다. 신지애는 이날 5개의 버디를 뽑아내 참가선수 중 두 번째로 많은 버디를 뽑아냈다. 하지만 보기와 더블 보기, 트리플 보기를 하나씩 기록하면서 오히려 1타를 잃었다. “돌아가라”는 아버지의 말 덕분인지 신지애는 다음날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페어웨이 적중률은 100%를 보였고, 그린 적중률은 1개 밖에 실수하지 않았다. 롱 퍼트도 2개나 성공하면서 차곡차곡 타수를 줄인 신지애는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골라내면서 공동 6위까지 상승했다. 하루 만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아버지의 눈에는 여전히 모자랐다. “6언더파를 쳤지만 3번, 9번, 11번, 14번, 15번 홀에서 1.5∼3m의 짧은 버디 퍼트를 남겨뒀는데 하나도 안 들어갔다”며 아직도 여유를 찾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웠다. 그날 저녁 신 씨는 “내일 욕심내지 말고 하자. 성적에 연연하다보면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네 자신의 골프를 치는 게 중요하다. 잘 쳐서 우승하는 것도 있지만 참고 기다리면 상대의 실수로 우승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신지애의 기운을 북돋워 주었다. 다음날 신 씨의 주문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 6타차 선두를 달리던 캐서린 헐(호주)이 후반 들어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신지애의 추격에 부담을 느낀 헐이 자멸하면서 승리의 여신은 신지애에게 다가왔다. 조급한 마음에 서둘렀더라면 불가능했을 수도 있었던 일이지만 여유를 갖고 편안한 마음으로 플레이 했던 게 기적을 만들어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동영상 제공: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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