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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김광현(21.SK)이 자신감 회복에 실패했다. 이미 일본팀에 전력이 노출된 탓에 2라운드에서 다른 국가를 상대하기로 결정하고 컨디션을 점검하는 기회를 가졌지만 자신감만 더 상실됐다. 김광현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 2⅔이닝 동안 5피안타 3실점(2K)으로 부진했다. 이로써 지난 7일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에서 1.1이닝 동안 무려 8실점하며 고개를 떨궜던 김광현은 15일부터 본선 라운드가 펼쳐질 미국에 입성한 뒤 가진 첫 평가전에서도 채 3이닝을 채우지 못하는 최악의 피칭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류현진(한화)과 함께 대표팀의 원투펀치를 담당하는 김광현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함에 따라 수월한 선발진 운영을 기대했던 김인식 감독도 애를 먹게 됐다. 이날 평가전에서 김광현은 승패를 떠나 자신감을 끌어 올리는 것이 관건이었다. 기술적인 면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어린 선수라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는 것이 시급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받은 충격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일본 타자들에게 통하지 않았던 주무기 슬라이더는 날카롭게 떨어지지 않았고, 직구 역시 위력적이지 못했다. 아시아와 다른 미국식 스트라이크존 적응에도 다소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김광현은 1회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2사 이후 브라이언 자일스와 크리프 플로이드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3루 위기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후속 카일 블랭스를 2루 플라이로 잡아내며 고비를 넘겼다. 김광현은 2회에도 2사 이후 유격수 박기혁의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냈지만, 9번 루이스 로드리게스를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시켜 안정을 되찾는 듯 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3회 급격하게 무너졌다. 선두타자 조디 게럿에게 우전 안타를 맞은 뒤 크리스 버크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자일스에게 우측 담장을 맞는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첫 실점을 허용했다. 계속된 위기상황에서 김광현은 후속 플로이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블랭스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다시 2사 1,2루의 실점위기에 몰렸다. 김광현의 위기관리 능력은 여기까지였다. 다음타자 체이스 해들리에게 중간 담장을 맞는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쓸쓸하게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이후 한국 불펜진도 샌디에이고의 막강 화력을 잠재우지 못했다. 김광현에 마운드를 이어받은 손민한은 1이닝 동안 5명의 타자를 상대해 2피안타 1실점했다. 4회 구원한 이승호 역시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5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나마 4회 이승호에 이어 등판한 이재우만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믿음직한 모습을 선보였다. 난조를 보인 마운드도 문제였지만, 빈약한 타선 역시 보완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7회까지 샌디에이고 투수들에게 철저히 침묵했던 한국 타선은 8회초 강한 집중력을 발휘해 연속 4안타를 터뜨리며 4점을 뽑아 체면치레를 했다. 0-10으로 뒤지던 한국은 강민호의 투수 글러브 맞고 나오는 내야안타로 포문을 연 뒤 최정, 이택근, 고영민의 3연속 2루타와 이범호의 내야땅볼 등으로 점수를 올렸지만 더 이상 추가득점에 실패해 아시아지역 1위팀의 자존심을 구겼다. 투타에서 모두 불안함을 노출한 한국 대표팀은 13일 오전 5시 LA 다저스와 한 차례 평가전을 더 가진 뒤 14일 샌디에이고로 이동할 예정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