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편지]제명석한머리로1200원벌었습니다

입력 2009-03-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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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커피 전문점에 갔습니다.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브랜드점입니다. 이른 아침이라 제가 유일한 손님이더군요. “카페라떼 두 잔하고 머핀 하나 포장이요.” 부르는 대로 값을 치르고 커피를 기다렸습니다. 커피를 처음 뽑느라 그런지 시간이 좀 걸리더군요. 하릴없이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고 있었습니다. ‘어라!’ 그때 저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카페라떼+머핀을 세트메뉴로 시키면 낱개로 사는 것보다 무려 1200원이 싸더군요. 제 머릿속 계산기는 맞을 때보다 틀릴 때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열 번쯤 속셈을 해보았습니다. 다행히 그때까지 커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 좀 전에 주문한 거 말입니다.” 점원 아가씨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메뉴판을 쳐다보았습니다. “저 세트 메뉴에 카페라떼 하나 추가한 걸로 계산할 수 있나요?” “그러시면 쿠폰에 도장을 찍어드릴 수 없고, 미리 말씀을 안 하셨고…어쩌구 저쩌구.”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손님한테 가장 저렴한 가격을 알려주는 게 당연한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만.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나요?” 결국 저는 1200원을 돌려받았습니다. ‘그래도 개시 손님인데 매너는 지켜야지.’ “아침부터 미안합니다. 복잡한 계산을 하게 해서.” “괜찮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괜…찮...다? 누가? 으음.’ 강남의 작은 매장, 그것도 이른 아침의 소소한 해프닝은 그녀와 나 말고는 아무도 본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이 결국 보이는 것을 움직입니다. 나 같은 계산치+대충주의자한테 걸리는 서비스라면 확실히 빨간 불입니다. 근데 어딘지 혹시 눈치채셨나요? 글쓴 이 : 이규창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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