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질주하던 한국야구대표팀이 라이벌 일본에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 본선라운드 1조 순위결정전에서 일본에 2-6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한국은 본선라운드 전적 2승1패를 기록, 1조 2위로 4강에 진출하게 됐다. 한국은 22일 2조 1위 베네수엘라와 결승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한국은 처음으로 WBC 결승무대를 밟게 된다. 일본에 패했지만 상처는 크지 않았다. 한국은 이미 지난 두 차례 대결에서 일본에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번 경기는 승패에 큰 의미가 없는 순위결정전. 이를 잘 알고 있는 김인식 감독도 그동안 출전하지 않았던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며 여유롭게 경기를 펼쳤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본을 3경기 연속 꺾을 수 있는 기회를 무산시켰다는 사실. 한일전에서 3경기 연속 승리했다면 아시아최강이라고 자부해온 일본을 ‘쇼크상태’로 몰아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패한 한국은 이번 WBC에서 일본과 2승2패 동률을 이뤘다. WBC에서의 통산 상대전적은 4승3패의 우위를 기록중이다. 이날 경기의 선발투수는 장원삼(한국)과 우쓰미(일본). 승패의 중요성이 크지 않은 경기였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등판기회를 얻지 못한 두 좌완투수가 선발대결을 펼쳤다. 먼저 득점을 올린 쪽은 한국. 1회에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 한국은 1회말 김현수가 좌측 담장을 맞추는 2루타를 날려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어진 2회초 수비에서 역전을 허용했다. 야수들의 에러가 겹치면서 2점을 실점한 것. 일본은 우치카와의 솔로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뒤 이택근과 최정의 실수를 틈타 경기를 뒤집었다. 2회 이후는 팽팽한 투수전. 한국은 이승호와 이재우가 허리에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고, 일본도 계투작전으로 한국의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1-2로 끌려가던 한국은 7회말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한국은 ‘꽃보다 범호’, ‘우월한 남자’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이범호가 펫코파크의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대형 솔로아치를 그려냈다. 2-2. 하지만 한국은 8회 뼈아픈 점수를 내줬다. 부진하던 오가사와라에게 역전적시타를 얻어 맞은 한국은 이와무라에게 다시 득점타를 허용했다. 중견수 이택근의 수비 에러가 겹치면서 추가실점. 한국은 8회에만 3점을 실점해 2-5로 리드를 빼앗겼다. 한국은 많은 행운을 안겨줬던 ‘8회’ 정근우가 안타로 출루했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추격에 실패했다. 사기가 오른 일본은 9회초 아오키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은 뒤 한국의 9회말 공격을 실점 없이 막아 결국 6-2로 승리했다. 일본은 한국의 높은 마운드를 상대로 15안타를 때려내는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마운드에서도 7명의 투수가 깔끔하게 이어 던져 한국타선을 2점으로 틀어 막았다. 한국투수들만 만나면 방망이가 침묵하는 이치로는 5타수 1안타를 기록해 체면치레를 했다. 1조 1위로 4강 고지를 밟은 일본은 23일 미국과 결승진출을 다툰다. 한국은 주전선수들을 아끼고도 7회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렇지만 믿었던 오승환과 김광현이 무너진데다 수비에서 잦은 에러를 기록해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이범호가 솔로홈런을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는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이범호는 이번 대회에서 0.455의 고타율을 기록중이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2번타자 이용규가 일본 선발투수 우쓰미가 던진 공에 머리를 맞고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아찔한 장면이 펼쳐졌다. 곧바로 교체된 이용규는 큰 부상이 아니어서 다음경기에 선발 우익수로 출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