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편지]우야우야우야면좋노?

입력 2009-03-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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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개는 온 세상을 덮을 만한데 시국이 불리하니 추(騶)도 달리지 않네. 추도 나가지 않으니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우(虞)야, 우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천하통일 목전까지 갔던 항우는 지금 숙적 유방에게 포위되어 궤멸 직전의 상태입니다. 성밖에서 들려오는 애처로운 초나라 유행가는 항우의 패잔병들을 질질 짜게 만듭니다. 사랑하는 우미인을 바라보며 마지막 술잔을 기울이던 항우. 전장터를 종횡무진하던 그의 오추마는 하릴없이 땅만 긁어대고 있습니다. “우야, 우야면 좋노?” 마침내 항우는 남은 군사들을 이끌고 탈출을 감행합니다. 간신히 포위망을 뚫고 남쪽의 오강에 도착했는데 때맞춰 배를 대고 기다리던 장수가 항우에게 말했습니다. “강 건너 강동 땅은 비록 작지만 사방 천 리요, 백성이 수십만이니 그 곳에서 왕이 되셔서 후일을 도모하십시오.” 그러나 실의에 잠긴 항우는 그 말이 들리질 않았습니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 하는데 강은 건너서 무엇하리. 강동 청년 8천명을 이끌고 와서 지금 나 혼자 돌아가거늘 무슨 면목으로 왕이 될 것인가?” 말을 돌려 적진으로 뛰어든 항우는 수백 명을 죽이고 자결했습니다. 그의 나이 고작 서른 한 살이었습니다. 호탕하기 짝이 없던 천하장사 항우 근데 이 사내 보면 볼수록 졸장부 같습니다그려. 물론 난감한 처지인 것만은 이해합니다. 연이은 패배로 자존심도 상하고 좌절감도 심했겠지요. 그러나 재기의 기회가 분명히 있는데 자포자기해버리는 리더를 영웅이라 부르긴 싫습니다. 결정적으로 항우는 유방과 리더십 싸움에서 밀렸습니다. 치명적인 그의 ‘유아독존’ 리더십은 뼛속 깊이 실패를 겪지 않는 한 결코 바뀌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강 포구에서 그는 이를 악물었어야 했습니다. 저만치 밀려오는 시커먼 해일이 겁나고 두렵습니다. 그러나 이 시련은 물렁쇠 같은 우리를 강철로 바꿔놓을 겁니다. 믿으면 강해집니다. 글쓴이 : 이규창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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