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꺅∼말대가리다!” 여고생들의 응원에 힘 ‘불끈’
임지오 홍보 과장의 인솔 하에 김진택 차장, 김정호 대리, 김현일 사원 등 4명의 ‘거리 홍보’ 일행이 출발했다. 울산 현대와의 개막전이 치러질 모란역 인근 성남 종합운동장으로 이동해 마지막 복장 점검을 한 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으로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때마침 이날은 모란시장의 5일장이 서는 날. 재래 시장이 거의 없어진 수도권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나이 많은 어른들이 자주 눈에 띈다. 대부분이 일행이 들고 있는 플래카드 에 흥미를 보인다. “우리 태용이가 이번에는 감독으로 돌아왔다네. 여봐, 한
번 축구장 가볼까?” 나이 지긋한 한 상인 아저씨가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에서 힘이 샘솟았다. 괜히 반가워 초대권이라도 주고 싶다. 허나 어쩌랴. 내겐 그만한 여유도, 권한도 없다.
“수고하쇼! 내 꼭 갈테니.” 아저씨의 배웅을 받으며 지하철 역 부근으로 움직였다. 학원에서 나오던 저학년 초등학생들과 딱 마주쳤다. “우와, 말 아저씨다.” 털이 수북한 목덜미를 쓰다듬고, 꼬집고 난리도 아니다. 괜히 한 번 머리를 들이밀었다가 당한 봉변이다. 입을 열지 말라는 당부를 받았건
만 “티켓 사서 꼭 아빠 엄마 손잡고 경기장에 찾아와야 해”라고 말하고 말았다.
돌아온 대답. “어, 말도 말할 줄 아네.” 피식 웃음이 터진다. 그래도 꼭 오겠다는 기약없는 약속에 흐뭇해지는 것은 왜였을까. 횡단보도 부근을 잠깐 걷고 있노라니 유모차에 예쁜 아기를 태운 젊은 엄마가 보인다. 멀리서부터 우리 일행을 지켜본 그 아기가 흥미를 보인 것 같아 다가갔건만 막상 가까이 가 머리를 들이미니 자지러지는 울음을 터뜨린다. 민망하고 머쓱해진 순간. “괜찮아. 무섭지 않은 아저씨들이야.” 보채는 아기를 달래는 엄마에게 괜시리 미안해진다.
잠깐의 휴식시간. 조금은 쌀쌀한 날씨였건만 말 탈을 벗고나니 땀이 줄줄 흐른다. 오늘은 시원할 줄 알았는데. 한쪽 골목에서 쪼그려 피우는 담배 맛도 너무 좋다. 꼭 군대에 있을 때 작업하다 한 대 빼어물었던 그 추억의 느낌처럼 이 느낌, 보통이 아니다. 마치 불량학생들을 보는 듯 인상을 잔뜩 찌
푸린 행인의 심상찮은 눈초리가 조금은 거슬렸지만.
마지막으로 이동한 장소는 성남 성일여고. 이번 체험의 하이라이트였다. 뉘엿뉘엿 해가 지는 가운데 야간 자율학습을 앞둔 학생들의 부지런한 발걸음이 곳곳에 이어졌다. 저녁 식사를 위해 교문이 잠깐 개방된 시간이란다. 쾌활한 여고생들이 역시 기대한대로 쓸만한 ‘그림’ 몇 장을 만들어준다.
어깨동무를 하고, 팔장을 끼고 난리도 아니다. 아주 좋아. 동행한 사진기자를 향해 서슴없이 “아저씨, 말 탈을 쓴 저 사람하고 저랑 단 둘이 찍어주시면 안돼요?” “이거, 오늘 찍으면 언제 신문에 실려요?” “말 대가리 저도 한 번 써보면 안될까요?” 밑도 끝도 없는 질문공세에 시달리다 맡은 임무를 채 수행하지 못할 뻔 했다.
“저기요. 학생 여러분, 그날 경기장 오실 수 있죠?” “아, 그날이요? 제가 지금 고3인데요. 어쩔까요? 그리고 또 화이트 데이잖아요. 남자친구하고 같이 올까요?” 미처 생각지 못한 방해물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이런 노력 때문일까. 다행히 성남의 시즌 첫 홈 경기엔 평소보다 많은 1만6144명의 관중들이 스탠드를 메웠다. 이 뿌듯한 느낌, 다 이유가 있었다.
성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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