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황제’우즈와기록

입력 2009-04-12 23:32:16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미국의 스포츠 용어에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Numbers doesn’t lie.)라는 경구가 있다. 오랫동안 축적된 기록이 전반적으로 맞는다는 의미다. 이와 반대로 ‘기록은 참고사항일 뿐이다’는 표현도 있다. 기록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큰 경기나 포스트시즌 때 주로 애용되는 말이다.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11일(이하 현지시간) 마스터스 대회 3라운드가 끝난 현재에 대입하면 타이거 우즈의 우승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즈는 통산 14차례 메이저 타이틀을 우승했지만 한번도 역전승이 없기 때문이다. 54홀을 마치고 공동 선두가 3차례 있었고, 나머지 11번은 모두 리드를 지킨 상황에서 굳히기를 한 것이다. 3라운드를 마친 현재 우즈는 선두 케니 페리와 앙헬 카브레라에 7타 차 뒤져 있다. 우즈의 메이저 대회 통산 기록만으로 따질 경우 이번에도 우승은 어렵다. 실제 미국의 골프채널은 우즈가 2라운드 36홀을 마치고 7타 차로 뒤져 있을 때부터 메이저 타이틀 기록과 비교 분석하면서 선두와 너무 멀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2라운드 뒤 우즈가 일궈낸 최대 역전승이 6타 차였다. 바로 2005년 마스터스 대회다. 우즈의 우승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기록이 있다. 최근 18년 동안 배출된 마스터스 우승자 가운데 17번이 마지막 챔피언 조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유일하게 챔피언 조 출발이 아니었던 선수가 2007년 잭 존슨이다. 최종일 마지막에서 세 번째였던 존슨은 3언더파로 우즈를 누르고 생애 첫 마스터스 우승자가 됐다. 올해 최종 라운드 챔피언 조 선수는 최고령(48세 8개월) 메이저 타이틀 우승을 노리는 케니 페리와 아르헨티나의 ‘국민영웅’ 앙헬 카브레라다. PGA 통산 13차례 우승한 페리는 메이저 타이틀과는 한번 인연을 맺지 못했다. 줄담배에 공격적 스타일의 라운드를 펼치는 카브레라는 2007년 우즈를 제치고 US오픈 정상에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기록이 모두 우즈의 반대편에 있는 것은 아니다. 남아공화국의 전설적인 골퍼 개리 플레이어는 1978년 대회에서 최종일 7타 차를 뒤집고 통산 세 번째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된 적이 있다. 우즈도 현재 선두와 7타 차다. 2라운드의 앤서니 김처럼 마스터스 사상 최고 기록인 한 라운드 버디 11개를 잡지 못하라는 법도 없다. 우즈의 신화가 또 한번 마스터스에서 연출될지, 기록 징크스에 발이 묶일지 결과는 12일 알게 된다. LA|문상열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