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스포츠클럽]너무젊은그대…한국의스컬리보고싶다

입력 2009-04-19 23: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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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의 메이저리그는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박찬호가 소속된 필라델피아의 전속 캐스터 해리 칼라스(73세)가 원정지 워싱턴의 내셔널파크에서 쓰러져 운명을 달리 했다. 그는 71년 이후 38년간 전속 캐스터로 일해 왔다. 그를 추모하는 전 필라델피아의 위대한 3루수 마이크 슈미트의 애석해 하는 코멘트는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칼라스가 운명한날 다저스타디움의 홈 개막전에는 무려 5만 7099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숙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가 열려 다저스 팬들을 열광시켰다. 팀 승리(11-1)와 39년 만에 나온 허드슨의 사이클링 히트도 화제 거리였지만 그날의 시구를 다저스의 목소리(Voice of Dodgers) 빈 스컬리가 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다저스 전속 캐스터로 60주년을 맞이하는 스컬리는 노구 (82세)임에도 아직도 정열적인 방송을 하고 있다. 84년 베로비치 다저타운에서 그를 처음 만난 후 25년이 지났건만 그의 목소리는 변함없이 힘있고 간결한 코멘트로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는 목 보호를 위해 더운 여름철에도 중계부스에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최근엔 그가 중계방송 때 가끔 구종 판단을 잘못하자 일부 팬들이 신문 투고로 이제 물러날 때가 되었다고 힐난한 적이 있다. 그러자 다른 많은 팬들은 ‘그동안 그가 우리에게 준 즐거움을 생각하면 나이가 들어 가끔 구종 파악을 잘못 판단하는 건 별문제가 될 수 없다’며 애정으로 그를 감쌌다. 필자가 동업계 인물을 언급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국내 프로야구는 물론 다른 종목의 스포츠 캐스터, 해설자와 기자들의 연령대가 갑작스레 너무 낮아진 현실과 극명하게 비교되기 때문이다. 특히 스포츠기자의 경우엔 급변하는 환경 속에 지난 역사를 아는 기자들이 많지 않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야구의 경우 김응룡, 김영덕, 김성근, 김인식, 김재박 감독의 선수 생활부터 지켜봤던 스포츠 미디어 종사자가 과연 몇이나 되며 프로야구 개막전 이종도의 만루 홈런과 박철순, 최동원, 선동열의 투구를 본 사람이 현역에 몇이나 남아 있을까. 이런 조로현상은 아직도 야구시장 규모가 작고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따른 구조조정 탓도 있겠지만 오랜 세월을 현장과 함께한 귀중한 자산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고 사장되면서 깊고 진중한 맛을 보유한 전문가들의 글과 말을 들을 수 없는 것은 유감이다. 스컬리는 중계 때 “저 선수는 마치 60년대 대투수 샌디 쿠펙스를 연상시킨다”는 코멘트를 날린다. 올드 팬들은 무릎 치게 되고 젊은 팬들은 샌디 쿠펙스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찾아보게 된다. 스포츠 현장의 경험과 체험적 가치는 비유의 신뢰성과 함께 역사적 가치가 크다는 것을 함께 인식하기를 기대해 본다. -허구연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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