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명화여행]뮤지컬배우정주영이본‘베토벤프리즈-황금기사’

입력 2009-04-21 21: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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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프리즈-황금기사, 1901년,1902년, 전체길이34.14m(13.9X6.30m), 높이 2.15m 일부, 벨베데레 미술관,

비바람뚫고온고은사랑박꽃처럼활짝핀우리둘
뮤지컬 ‘기발한 자살 여행’에서 가난한 계약직 노동자로 열연한 배우 정주영이 클림트 전을 관람했다. 뮤지컬에서 그는 유독가스 중독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캐릭터로, 자살을 시도하다가 사람들을 통해 희망을 얻고 결국 생각을 바꿔 먹는 역할을 했다. 15년 간 발레리나로 살아온 정주영은 ‘캣츠’(2008), ‘기발한 자살여행’(2009)을 거치며 뮤지컬 배우로서 가뿐히 변신에 성공했다. 국립발레단 솔리스트였던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돈키호테’ 등에서 주역무용수로 활동하며, 언제나 클래식 음악과 함께 했다. 뮤지컬 배우로 인생 진로를 바꾼 후에도 음악은 여전히 생활의 중심에 있다. 음악이라면 이유 없이 좋다. 그저 음악을 따라 춤추고 연기하는 게 자신의 온전한 모습이다. 그래서 그가 클림트 전에서 최고로 꼽은 작품은 ‘베토벤 프리즈’다. 전시장에 흐르는 교향곡을 들으며 그림을 볼 수 있고, 음악과 미술이 함께 어우러진 작품인 게 마음에 들었다. “순수 예술이니 대중 예술이니 나누는 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의 생각이고,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무조건 좋을 뿐이에요. 클래식이라 부르는 것도 부흥할 당시에는 대중적이었죠.”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는 바로 대중적이면서 고전적인 면을 동시에 갖춘 그림이다. 클림트가 이끌던 전시회, 제14회 ‘빈분리파전’에서 선보인 벽화다. 베토벤헌정작품으로 시인이자 극작가 프리드리히 쉴러의 시 ‘환희의 송가’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베토벤은 쉴러 시에 곡을 붙여 합창 교향곡을 만들었다. 1902년 4월 15일부터 6월 27일까지 열린 전시에는 21명이 예술가들이 참여했고, 조각가 로댕은 클림트를 극찬했다. 벽화는 ‘행복을 향한 동경’이 ‘적대적인 세력’을 만났지만, 결국 ‘환희의 송가’로 승리를 맞이한다는 내용의 작품 세 편이었다. 벽화가 있던 전시장은 문학, 음악, 미술 등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예술의 현장이었다. ‘베토벤 프리즈’를 보면서 조각가 막스 클링거가 만든 베토벤 조각상을 감상하고, 구스타프 말러가 지휘하는 베토벤 심포니 9번 교향곡 제4악장도 들을 수 있었다. “클림트는 예술이 궁극적으로 악이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제가 하는 뮤지컬도 인간의 아픈 곳을 치유하고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제 자신도 변해요.” 뮤지컬 배우 정주영은 우울하고 힘든 사람이 공연을 보고 기분이 바뀔 때가 가장 뿌듯하다. 음악, 연기, 춤은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데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클림트는 ‘베토벤 프리즈’를 통해 베토벤의 음악이 인간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고, 함께 작업을 한 동료들 역시 예술만이 인간을 구한다고 믿었다. 뮤지컬 배우 정주영은? 2003년 동아 무용 콩쿠르 발레부문 금상 수상, 국립 발레단 솔리스트 출신 뮤지컬 배우, 발레단 시절부터 뮤지컬을 좋아해, 뮤지컬이라면 어떤 역할이든 두루 다해보는 게 꿈이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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