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남’이고개숙인‘이(爾)’,‘귀신도감동한’설공찬전

입력 2009-05-28 14: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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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이(爾)

대학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있는 대학로예술극장이 정식 개관을 앞두고 두 개의 기념공연을 준비했다.

대학로예술극장은 ‘아르코시티극장’이란 이름으로 지난 3개월 간 연극, 무용,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프리오픈 공연을 가져왔다. 공식 개관작은 연극 ‘이(爾)’와 ‘설공찬전’이다.
‘이’는 대극장에서, ‘설공찬전’은 소극장에서 공연을 갖는다.

먼저 ‘이’. 2000년 초연 당시 관객들 사이에서 ‘보면 좋은 연극’을 넘어 ‘꼭 봐야 하는 연극’으로 꼽혔던 작품이다. 그 해 한국연극협회가 주관하는 한국연극상에서 우수공연 베스트5, 희곡상, 신인연기상 등 3관왕에 올랐다. 이듬해에는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기상을 휩쓸었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이다. ‘왕남’의 주연배우 감우성은 “시사회에서 우리의 경쟁상대는 블록버스터가 아닌 연극 ‘이’라고 말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감히 아버지와 같은 원작과 비교할 수 없다. 너무도 훌륭한 작품”이라 격찬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개그맨들에게 ‘꼭 봐야 할 연극’으로 정평이 났다는 것. 열성팬 전유성을 시작으로 송은이, 김미화, 최양락, 이영자, 남희석 등 개그맨들이 단체관람을 하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말장난, 성대모사, 재담, 음담패설 등이 두루 섞인 ‘이’의 언어적 유희는 조선시대의 개그콘서트를 연상시킨다. 연산역에는 배우 김뢰하와 박정환, 공길은 정원영이 맡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김태웅 교수의 연출, 극단 우인이 공연한다.

소극장에서는 ‘설공찬전’이다. 강렬한 포스터 이미지로 눈길을 사로잡는 설공찬전은 본래 1511년 채수가 지은 한국소설이다. 저승에서 돌아온 설공찬이란 인물이 사촌동생의 몸을 빌어 정치현실을 풍자하며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내용으로, 조선 최초의 필화사건을 일으킨 소설이다.

눈치를 챘겠지만 500년 만에 조선시대의 금서를 새로이 눈뜨게 한 작가 이해제는 2009년 한국 정치상황을 빗대 관객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귀신도 감동한 연극’이라는 별명처럼 배우들은 그야말로 신들린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단어와 단어 사이, 시간과 시간 사이에 기막히게 몸이 빙의되는 장면. 그리고 불과 몇 초 간격으로 두 가지 인격이 오가며 펼치는 배우들의 앙상블은 관객들로 하여금 숨 쉴 틈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 이것이 연기다!

연극 이(爾)

6월9일~7월8일|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문의 02-3668-0029

2만원~5만원

연극 설공찬전

6월4일~6월20일|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문의 02-3668-0029

전석 2만5천원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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