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현 [스포츠동아 DB]
지난 2월 성남아트센터 공연에서 스페인의 정열과 화려한 색채, 노래와 춤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뮤지컬 돈 주앙이 7월 9일부터 8월 23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앙코르 막을 올린다.
밉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나이 돈 주앙 역은 우리나라 뮤지컬계의 간판스타 김다현(29)이 맡았다. 록 밴드 야다의 보컬리스트 출신으로 드라마 ‘건빵선생과 별사탕’, ‘로비스트’, ‘왕과 나’에서 외도를 하더니 ‘라디오스타’, ‘헤드윅’ 등을 통해 뮤지컬에 단단히 둥지를 틀었다.
헤드윅에서는 트랜스젠더 뮤지션의 카리스마를 거침없이 뿌려대 관객으로부터 ‘다드윅’으로 숭배를 받았을 정도다.
“돈 주앙은 자유로운 영혼이죠. 그런데 좀 불쌍해요.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었지만 진정한 사랑은 몰랐으니까. 뒤늦게나마 깨닫게 됐지만 그 고통이 너무나 컸죠. 그의 사랑은 곧 질투였으니까요.”
- 개인적으로 사랑과 질투 중 어느 쪽을 더 많이 해봤습니까?
“사랑을 더 많이 해봤죠.”
- ‘돈 주앙’이란 이름에서는 어쩔 수 없는 ‘기름기’같은 것이 느껴지는데요.
“리마리오 같은 느낌은 아니죠. 남성적인 카리스마가 있고, 섹시함도 있고, 여성을 다룰 때는 무척 부드럽지요. 많은 걸 가진 캐릭터에요. 노래마다 느낌이 다양해요.”
- 돈 주앙 연기에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지요?
“제가 스페인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어요. 세빌리아는 꼭 가보고 싶은데. 스페인 귀족의 느낌이랄까. 저절로 몸에서 풍겨 나오는 그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누가 봤을 때 스페인에서 한 10년 살다 온 사람 같은 느낌을 내는 게 힘들었습니다.”
- 실제로도 돈 주앙스러운 면이 있을 것 같은데요?
“하하하! 제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지만 많은 여성분들이 주위에 항상 있었다는 거,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건 비슷하겠죠. 돈 주앙 공연실황 DVD를 보면서 ‘아! 완전히 나다!’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또 한 가지는 … 제 입으로 말씀드리긴 좀 그렇지만, 여성들과 ‘급’친해질 수 있다는 것? 하하하!”
- 이 땅의 고독한 솔로남들에게 그 ‘급’친해질 수 있는 노하우를 공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뻔한 얘기지만 진심으로 다가서야 한다는 거죠. 여성의 마음 문을 여는 열쇠는 진심뿐이니까요. 엉큼한 진심? 그것도 진심이죠. 물론 그 진심을 받아줄지 아닐지는 상대가 판단하는 거겠지만. 거짓보다는 엉큼한 진심이 낫지 않을까 싶은데요.”
- 록밴드 야다 시절의 김다현이 기억납니다. 1999년에 1집이 나왔었죠? 노래실력이야 누구나 다 알아줬지만 록커에서 뮤지컬 가수로의 전환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가수 때 썼던 창법이 맞아 떨어지는 작품도 있지만 아닌 것들도 있거든요. 그럴 땐 힘들죠. 그래서 흔히 말하는 뮤지컬 창법을 다시 공부했어요. 그런데 그게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더라고요. 적응하는데 한 3년 걸렸죠.”
- 지금 다시 록음악을 하라면요?
“절대 못하죠. 노래방 가서 가끔 노래해보면 음색이 완전히 바뀌었거든요. 소리가 나오는 길이 달라졌어요. 그때 그 맛을 살릴 수는 없어요.”
- 이번 공연을 200% 즐기기 위해 관객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다면?
“뮤지컬 관객의 대부분이 여성들이시거든요. 그런데 돈 주앙은 남성관객과 같이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남성에게 큰 교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단순한 돈 주앙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자신이 생각했던 사랑에 대한 관념에 변화가 생긴다면, 우리들에겐 큰 보람이 있을 겁니다. 그게 꼭 연인에 대한 사랑이 아닐지라도 말이죠.”
끝으로 김다현은 이번 공연이 열릴 극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충무아트홀은 무대와 관객 사이의 거리가 가깝게 만들어져 배우들의 감정표현과 호흡을 좀 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게 돼 있다. ‘다드윅’에 이은 ‘다주앙’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