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곪은게결국터졌다”NG난LG

입력 2009-08-0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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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포수 조인성. [스포츠동아DB]

조인성·심수창사태그들만의문제인가?두선수징계싸고감독 -프런트엇박자스타의식물든선수들‘개인주의’팽배
6일 잠실 KIA전 4회초 무사 1·3루서 김용수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오자 포수 조인성과 투수 심수창(오른쪽부터)도 자연스레 얼굴을 마주 대하게 됐다. 그러나 김용수 코치가 무언가를 얘기하는 와중에도 심수창은 조인성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을 뿐. 옆구리에 팔을 올려놓은 조인성의 뒷모습도 예사롭지는 않다.

터질 게 터졌다. 6일 잠실 KIA전에서 벌어진 조인성-심수창 배터리의 의견 대립 사태와 함께 그동안 속으로 곪아왔던 LG의 현주소가 드러났다. 하지만 야구 관계자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모래알 같은 LG의 팀 분위기가 마침내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라는 게 정설이다. 비단 조인성과 심수창 당사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감독이 원치 않은 조인성-심수창 2군행

둘은 결국 2군에 갔다. 조인성은 주전포수, 심수창은 2선발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이 분명하다. 전날 경기 직후 소집된 선수단 미팅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이 벌금 100만원씩을 내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사건이 커지자 이영환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는 7일 오전 회의를 열어 2군행을 최종 결정했다.

김재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둘의 2군행을 원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프런트는 “선수들이 서로 남 탓을 하는 건 팀 기강 상 좋지 않다”며 징계를 강행했다. 현장과 프런트의 소통 부재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다. 단호한 결단을 주저하는 감독, 그리고 감독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선수 징계를 결정하는 프런트. 6일에는 에이스 봉중근의 1군 엔트리 말소를 놓고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돼 오락가락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팀이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프런트에서도 내분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개인주의 혹은 기본기 부재

더 큰 문제는 선수단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선수들이 개인주의적이라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한 야구관계자는 “LG 선수들은 팬이 많아서인지 불필요한 스타의식이 너무 강하다”고 꼬집었다. 자기 스타일을 지나치게 고집하는 한 코치와 이에 저항하는 선수들 간의 불화설도 끊이지 않았다. 이 부분은 다른 팀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조인성과 심수창의 대립을 놓고도 “공개적으로 선배에게 대드는 건 옳지 못하다”는 의견과 “마운드에 있는 후배 투수를 보듬지는 못할망정 욕설을 퍼붓는 포수가 어디 있느냐”는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LG의 한 선수는 이런 항변도 했다. “개인주의적이라는 평가는 팀 성적 탓도 있다. 경기가 잘 풀릴 때는 팀 분위기도 무척 좋다. 하지만 하위권으로 처지면 낙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성적에 신경 쓰게 된다. 다른 팀에도 이 정도 개인주의는 있다.” 팀이 하위권을 맴돌면서 개인주의가 불필요하게 부각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LG의 일부 선수들은 기본기가 부족한 것 같다. 경기 중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플레이를 안 하는 모습을 종종 봤다”는 타 구단 선수의 지적도 귀담아 들을 만 하다.

○팀을 이끌어갈 ‘리더’가 없다

선수단 전체를 아우를만한 리더십의 부재도 지적된다. 올해 계약 마지막 시즌인 김 감독은 경기 때 크고 작은 작전을 자주 내는 것과 달리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는 선수들에게 크게 간섭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때문에 김 감독을 따르는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팀 장악력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상 최강의 전력을 구축했던 현대와 하위권에 처져있던 LG에게는 서로 다른 방식의 지도력이 필요했다는 중론이다. 그렇다고 선수들을 한 데 엮을 만한 고참 프랜차이즈 스타도 눈에 띄지 않는다. LG의 한 선수는 “가끔 베테랑 선배들이 선수단 단속에 나서기도 하지만 후배들이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고참도 의욕이 없어진다”고 했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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