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일방 독주에 제동이 걸린 올해 프로야구의 상위권 판도는 춘추전국을 방불케 할 정도의 초박빙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후반기 돌입 후 2주 동안에는 KIA의 돌풍이 전체 판도를 좌우한 큰 흐름으로 작용하는 한편 하위권의 7위 LG와 꼴찌 한화가 각각 7연패와 6연패로 무너지면서 역시 적잖은 파장을 몰고 왔다.

그 여파로 이제 페넌트레이스 1위의 향방은 KIA 두산 SK의 3파전으로 좁혀지고, 4강의 마지막 한 자리는 롯데 삼성 히어로즈가 다투는 양상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물론 히어로즈까지 포함해 상위 6개 팀끼리는 아직도 순위 변동의 개연성이 충분하다. 특히 롯데 삼성 히어로즈 가운데 연승 무드를 타는 팀이 튀어나오면 선두권 구도도 순식간에 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규시즌 1위를 기대하거나, 4강 진입을 노리는 팀들이 남은 기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포인트로는 무엇이 있을까. 그중 하나가 시즌 말미에 항상 등장하는 ‘고춧가루 부대’와의 대전 결과다.

○한화는 ‘보약’!

한화는 9일까지 31승65패3무에 그쳐 3할 승률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다. 덕분에 올 시즌 상위팀들에 한화는 ‘보약’ 또는 ‘승수쌓기의 제물’ 같은 존재가 됐다.

실제로 한화를 상대로 두산은 10승2패1무, SK는 11승3패, 롯데는 13승5패, 삼성은 12승2패로 절대강세였고, KIA도 8승5패1무로 앞섰다. 다만 히어로즈는 6승6패로 반타작에 그쳤고, LG는 오히려 5승8패1무로 밀렸다. 한화와의 맞대결 성적이 각 팀의 순위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결과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9일 한화전을 앞두고 “SK가 벌어놓은 승수(승패의 차)는 순전히 한화 덕”이라고 지적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이날 경기 전까지 SK는 55승41패5무로 승패의 차(무승부도 패전)가 ‘+9’인데 한화전에서 거둔 ‘+8’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한화표 고춧가루’를 피해라!

지금부터 한화는 ‘고춧가루 부대’다. 즉 한화에 당하는 1패는 막판 치열한 순위경쟁에 치명타란 얘기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한화와의 잔여경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미 꼴찌가 확정적인 한화와의 잔여경기는 활용 여하에 따라서는 순위 싸움의 호재일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살피면 롯데는 불리하다. 한화와 고작 1경기만 남았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과 히어로즈는 각각 5게임, 7게임을 더 치러야 한다. 그래서 히어로즈가 8-9일 한화에 거둔 2연승은 예사롭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대전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