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희망갖고행복하게살자꾸나…친구야파이팅!

입력 2009-08-1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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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등학교 때 친구 중에, 너무너무 짠돌이라 별명이 ‘염전’이라 불리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 녀석은 얼마나 짠지, 학교 다닐 때 차비 외에는 돈을 갖고 다니지 않았고, 당시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떡볶이가 아무리 유혹을 해도 절대 넘어가지 않던 녀석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야, 우리 출출한데 떡볶이 먹고 갈래?”하고 물어도 그냥 가자고 했는데요, 그럼 제가 “에이, 내가 사줄게, 그냥 좀 먹고 가자”하고 여러 번 설득을 해야 못이기는 척 먹던 친구였죠.

그런데 이 친구는 항상 제게 하는 말이 “매번 이렇게 얻어만 먹어서 미안해, 나도 너한테 떡볶이도 사주고 싶은데 내 한달 용돈이 2천원 밖에 안되거든 미안” 이러는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름방학을 맞이해서 친구들 다섯명이 목포로 여행을 갔습니다. 기차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내내 이상하게도 그 친구가 “너무너무 좋다”며 안하던 오버를 하면서 가더라구요. “이야∼ 난 이렇게 집 떠나서 여행을 가는 이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 행복해!” 친구의 반응에 저는, 그저 이녀석이 여행을 많이 안다녀봐서, 그저 기분이 좋아서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목포에 도착해서 시내 구경도 하고, 유달산도 구경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해수욕장까지 가서 놀았더니 어느덧 4박 5일이 훌쩍 지나갔는데요, 여운이 많이 남은 우리들은 내년에 고3이 되면 이렇게 놀지도 못할거라면서 하루만 더 놀다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만 인천으로 빨리 가야겠다고 하는 겁니다. 우리들은 하루 더 논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고 다그쳤지만 그저 집으로 가자고 말할 뿐 이유를 말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 친구를 불러 따로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우물쭈물 거리며 하는 말이 “사실은 우리 집 고아원이야. 나 고아원에서 생활해서 놀러 나오는 것도 겨우 말씀드리고 나온 거라, 들어가는 날짜 꼭 지켜야 해. 미안하다”고 말하는데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저는 왜 그렇게 돈을 안쓰냐, 너같은 짠돌이는 처음본다며 놀리곤 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안한 마음에 친구들을 설득해서 바로 인천으로 올라왔습니다.

며칠 후 그 친구가 자기 집에 초대를 해서 놀러갔더니 하는 말이 “나, 친구를 집에 초대한 건 네가 처음이야”라고 말해주는데 가슴이 뭉클하더라구요. 저는 친구가 생활하는 곳이 어떤 곳인지 구경도 하고 같이 밥도 먹었는데요, 이 후로 저와 그 녀석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됐습니다.

지금 그 친구는 고아원을 나와서 혼자 벌어 학비를 마련해 가며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요, 그 모습이 얼마나 멋진지 모릅니다.

“친구야! 나는 언제나 네가 그렇게 희망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 너를 보면 희망이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우리 우정 변치 말자.”

인천광역시|김성진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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