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의‘3대힘’우즈도꺾다

입력 2009-08-17 19: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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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챔피언십 4R 합계 8언더파 280타 우승

‘우즈 신화’를 깨고 한국인 최초이자, 동양인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에 등극한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의 우승 뒤에는 긍정의 힘이 있었다.

17일 새벽, 미국 미네소타 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미 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은 양용은을 위한 무대였다. 가슴 졸이며 뜬 눈으로 경기 장면을 지켜본 골프팬들은 마지막 18번홀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 순간, 양용은을 아는 이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즐겼다.

그가 국내에서 뛸 때 클럽을 만들어 줬던 김기욱(지산골프아카데미) 씨는 “일낼 줄 알았다. 그게 양용은이다”며 한 마디로 표현했다.

양용은은 긍정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란 걸 모른다. 19살의 늦은 나이로 골프에 입문한 양용은은 좌절을 모른다. 2007년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 양용은은 마스터스에 출전한 후 곧 바로 스윙 교정에 돌입했다. 볼을 그린에 세울 수 없었던 자신의 스윙으로는 절대 PGA 투어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10년 넘게 해왔던 스윙에 손을 댔다. 선수생명을 건 엄청난 모험이었다.

스윙을 바꾸기까지는 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어지간한 골퍼라면 포기했을 시간이다. 그 사이 마음고생도 컸다. 숱하게 컷 탈락을 당했고, 시드를 얻기 위해 지옥의 레이스라는 Q스쿨을 전전하기도 했다.

Q스쿨은 양용은에게도 가장 힘든 시기였다. 지금까지 그 어떤 순간에도 긴장하지 않았다는 그가 딱 한번 긴장했던 때가 Q스쿨 최종 라운드다.

떨어지면 다시 짐을 싸 한국으로 돌아와야 할 처지였기 때문이다.

힘든 순간을 지내오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스윙 교정에 매달릴 수 있었던 배경 뒤에도 긍정의 힘이 작용했다.

‘절대로 안 되는 건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2년간 양용은과 함께 미국 팜 스프링에서 동고동락했던 후배 오현우(29) 프로는 “형은 정말 대단한 긍정의 힘을 가진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보통 사람들은 하다가 안 되면 포기한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식이다. 그러나 형은 그렇지 않다. 해서 안 되는 건 없다는 주의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는 게 용은이 형의 스타일이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대기록을 수립하는 역사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18번홀의 두 번째 샷은 양용은을 가장 잘 표현한다.

우즈를 상대로, 그것도 1타차 박빙의 순간에서 그런 대담한 샷을 날릴 수 있는 선수는 양용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모든 상대를 떨게 만들었던 천하의 우즈도 긍정의 힘에 말려든 것이다.

양용은은 무뚝뚝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자상하고 섬세한 남자다. 투어 생활을 하다 집에 돌아오면 세 아들과 장난감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집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망치를 들고 수리도 한다.

아내를 대신해 요리도 곧 잘 한다. 전복 요리와 생선회를 잘 다듬는다. 주변에선 애처가도 그런 애처가가 없다고 말한다.

오 씨는 “용은이 형이 해준 전복죽은 그 맛이 일품이다”고 회상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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