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9초58은시작일뿐…9초4에도전한다”

입력 2009-08-1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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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세계新원동력과인간한계는
“놀랍다는 것 이외에는 할 말이 없다.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저건 분명 인간이 내린 재능이 아니라는 것뿐이다.”

‘번개’ 우사인 볼트(23·자메이카)가 인간 한계 도전의 새 역사를 쓰는 순간, 200m 한국기록(20초41) 보유자 장재근(46) 대한육상경기연맹이사의 첫 반응이었다. 장 이사는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육상100m 예선에서 ‘20세기 최고의 올림픽 스타’ 칼 루이스(47·미국)와 함께 레이스를 펼치는 등 현역시절 한국단거리의 제왕이었다. 17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 남자100m 결승. 볼트는 9초58만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9초69)을 경신했다. 타이슨 게이(9초71·미국)도, 아사파 파월(9초84·자메이카)도 볼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인간 한계로 불리던 9초6대와 9초5대에 연이어 진입한 볼트는 경기 후 “(기록이) 9초4에서 멈출 것 같다”고 밝혔다. 일본의 스포츠과학자들은 역대 육상선수들의 장점을 모아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9초5가 인간한계라고 결론지은 바 있다. 볼트가 말한 9초4대는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목표다.

○스타트의 약점은 보완, 가속능력은 항상

볼트의 신장은 196cm. 190cm인 파월과 180cm인 게이보다 크다. 칼 루이스(188cm)도 볼트보다는 작았다. 일반적으로 장신 선수들은 초반 스타트에 약점을 지닌다. 볼트 역시 이날 경기에서 스타트 반응속도는 8명 중 6번째(0.146초)였다. 2008베이징올림픽에서는 8명 중 7위(0.165초). 하지만 볼트는 약점을 뛰어난 가속과 가속 이후 속도를 유지하는 능력으로 만회한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미 20-30m 지점에서 선두로 치고 나왔고, 그것으로 승부는 끝이었다. 스타트 이후 40-50m에서 최고속도(약12m/s)를 낼 때까지 볼트의 가속능력은 육상 역사상 최고로 평가받는다. 최고속도 이후 감속률도 다른 선수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장재근 이사는 이날 볼트의 상체가 ‘한 치의 젖혀짐도 없었던 점’을 특히 주목했다. 공기저항을 이겨낼 수 있는 튼튼한 상체 근육이 뒷받침 되어야 최고속도까지의 가속과 최고속도 이후 감속률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볼트의 상체 근육은 육안으로 확인하기에도 베이징올림픽 이후 더 단단해진 모습이다. 그래서 볼트에게는 전문가들이 소위 말하는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몸이 밀려나가는” 동작이 없다. 100m결승선을 통과하는 시점에서도 그는 완벽하게 자신의 몸을 통제했고, 속도를 유지했다. 200m(21일)에서도 세계기록(19초30) 경신이 유력한 이유다. 장 이사는 “(베이징올림픽과 비교할 때) 스타트에 대한 약점은 보완됐고, 가속능력에 대한 장점은 더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레게리듬에 부담감 날린 인간 치타

낙천적이고, 여유로운 그의 성격 역시 기록행진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2008년 11월, 자메이카 킹스턴에 위치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상급훈련센터(HPTC)로 전지훈련을 떠났던 이정준(25·안양시청)은 “자메이카 선수들은 특히, 운동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자메이카는 국민소득이 약 4000달러에 불과하지만, ‘행복지수’ 조사에서는 항상 세계상위권. 볼트 역시 공공연하게 “내 단골 나이트클럽인 쿼드(킹스턴에 위치)는 제2의 집이고, 나는 그곳에서 거의 매일 즐긴다”고 이야기한다.

하루 5시간의 강 훈련 이후에는 레게음악에 스트레스를 날리고, 내일을 위한 재충전을 한다. 그 속에서 “9초4대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나온다.

그 자신감은 경기 중에는 여유로움으로 드러난다. 단거리 선수들에게 긴장감은 치명적. 굳은 몸은 스타트 반응속도를 늦추고, 가속을 방해한다. 볼트는 이날 경기에서도 스타트라인에 서기 전부터 장난스러운 몸동작으로 관중들과 호흡하며 몰입할 준비를 마쳤다. 레게리듬에 부담을 날리는 인간치타의 질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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