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수비탁구달인키운‘느긋함’

입력 2009-08-2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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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짜리 숙제를 내 주면 새벽 1시까지 다 못 끝내요.”

주세혁(29·삼성생명)의 아버지 주문식(52) 씨는 아들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주세혁은 초등학교 시절 뛰어 놀기만 좋아했다. 천재에 가깝다는 지능지수 결과가 나왔지만 30분 이상 진득하게 앉아 있지 못하는 아들의 성격을 보고 주 씨는 운동을 시켜야겠다고 판단, 금호초등학교 탁구부를 찾았다.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 워낙 낙천적이에요.” 운동을 시작해서도 느긋한 주세혁의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성격이 지금의 세계적인 수비수 주세혁을 만들었다. 탁구를 시작할 때는 공격전형이었지만 그의 성격을 눈여겨 본 코치가 수비전형을 권유했다. 보직을 변경한 뒤 초등학교 6학년 때 태릉에 들어가는 행운도 잡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남자 수비수는 흔하지 않았기에 유남규, 현정화 등 하늘같은 선배들의 볼 파트너로 태릉에 입촌했다. 세계적인 기량의 선배들과 상대한 경험은 주세혁의 기량을 살찌웠다. 대회에 나가면 또래에 적수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부의 적. 다른 학교 선수들은 이기고도 같은 학교 동료들에게 매번 졌다. 특성을 파악당하기 쉬운 수비전형의 한계. 지금도 주세혁은 국내보다 국제무대에서 더 돋보인다. 주세혁은 지금까지도 술, 담배는 일절 입에 대지 않는 자기관리로 10년 가까이 국가대표 주축으로 활약 중이다. 더구나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순식간에 공격으로 전환하는 능력도 갖춰 ‘공격형 수비수’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주세혁은 21일 ‘대한항공배 코리아오픈 탁구대회’ 남자 개인단식에서 중국 레이젠후아를 꺾고 무난히 16강에 안착했다. 2006년 챔피언 주세혁은 3년 만에 정상 정복을 노리고 있다.

올림픽공원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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