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멀리건]골프는정신력게임…쫓는자가편하다

입력 2009-09-0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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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쫓는 자와 쫓기는 자는 항상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쫓는 자가 편한 법이다. 야구와 같은 단체종목의 경우 지구 혹은 리그 선두를 달리는 게 유리한 입장이지만 개인종목은 쫓기는 자가 심한 심리적 압박감을 갖는다.

특히 힘을 바탕으로 하는 종목이 아니고, 게임적인 요소가 강한 종목에서 아주 심하게 나타난다. 승패가 정신력(mentality)으로 좌우되는 종목들이다. 대표적인 게 바로 골프다. 골프도 야구처럼 정신력이 90%%를 차지한다.

사실 프로 선수들의 기량 차이는 매우 미미하다. 양용은의 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한국은 골프강국으로 떠올랐다. LPGA 투어에서는 해마다 6개 대회 이상은 한국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는다. 최근 2년 사이 메이저대회도 3개나 석권하면서 한국은 골프강국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2016년 올림픽에서의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올해 LPGA에서 한국 여자선수들은 지은희의 US오픈 우승을 포함해 7개 대회, PGA에서는 양용은이 혼다클래식과 PGA 챔피언십등 2개 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최연소(17살) 기록을 세운 안병훈과 송민영의 US아마추어오픈까지 포함하면 11개 대회다. 프로투어는 남녀 합해 9개 대회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가운데 최종 라운드에 들어가기 전 선두를 지키고 우승까지 오른 선수는 2명 뿐이다. 지난 5월 사이베스 클래식을 차지한 오지영과 6월 스테이트 팜 클래식의 우승자 김인경 2명이다.

다른 7명의 우승자는 모두 추격의 가시권에 있다가 막판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골프는 쫓는 자가 쫓기는 자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게 그대로 입증된다. 지난 달 31일(한국시간) 세이프웨이 클래식(3라운드 대회)에서 연장 플레이오프 두 번째 홀에서 우승을 거둔 허미정 역시 추격자로 나섰다. 2라운드를 마칠 때 7언더파로 선두와 4타 차 뒤진 9위에 머물렀다가 최종일 5언더파를 몰아쳐 우승까지 이르렀다.

골프는 선두를 달릴 때부터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 3라운드 선두를 흔들림 없이 지키는 선수는 ‘골프 황제’타이거 우즈뿐이다. PGA 챔피언십에서 양용은에게 역전패를 당한 것은 큰 이변이었다. 그동안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PGA 투어에서 3라운드 선두를 지켰을 때 우승 전적이 41전 39승2패다.

실제 올 메이저대회를 돌이켜봐도 선두의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눈앞의 우승을 놓친 선수가 2명이나 된다.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최종라운드 16번홀을 마치고 2타 차로 선두를 달렸던 베테랑 케니 페리가 그렇고, 브리티시오픈 72번째홀에서 파만 성공하면 역대 최고령 메이저대회 우승자가 되는 톰 왓슨이 바로 심리적 부담의 희생자들이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지만 골프는 심장이 강해야 한다.

LA | 스포츠동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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