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45%,선덕여왕인기비결…女·王그녀들은달랐다

입력 2009-09-0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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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스포츠동아DB

치열한권력게임지략난무하는대결…“현실떠올린다”
두 명의 여자가 싸운다.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라 권력을 차지하려는 힘의 싸움이다. 지략이 난무하고 지장들도 등장한다. 잔꾀를 부리던 사극 속 여자들이 아니다. 때론 잔인하지만 대범한 태도를 잃지 않아 더 큰 매력을 준다.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극본 김영현·박상연·연출 박홍균), 그리고 이 작품을 이끄는 두 주인공 고현정과 이요원의 이야기다. 시청자들은 두 여자의 싸움에 열광하고 있다. 새로운 여성 정치 드라마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선덕여왕’은 시청률 45%에 근접했다.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곧 50% 돌파도 가능하다고 방송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선덕여왕’의 매력과 인기 요인을 집중분석한다.

○ 고현정 VS 이요원, 여성 파워게임의 절정

왕권까지 휘두르는 권력을 가진 고현정(미실 역)과 신분을 모른 채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는 이요원(덕만 역)은 서로 다른 세대가 추구하는 정치적 가치관을 드러낸다. 고현정이 ‘강권파’라면 이요원은 ‘포용파’다. 권력을 지키려는 사람, 권력을 얻으려고 도전한 사람의 대결은,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하다. 고현정과 이요원은 다른 가치관을 지닌 정치권력의 대표자로 치열한 맞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갈등이 고조될수록 시청률까지 요동친다. 이요원의 출생 비밀이 밝혀진 순간 시청률 40%를 돌파했고 최근 공주의 신분으로 등극하는 내용에 시청률은 더욱 폭등했다.

시청자들이 ‘선덕여왕’에 열광하는 부분도 바로 이 대목이다. ‘집권자 세대교체’라는 매력적인 소재는 비단 드라마 속 이야기에서 벗어나 현실과도 대비되기 때문이다.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서 가장 활발하게 오가는 의견 역시 극의 상황을 현실에 빗대는 내용. “실제보다 더 현실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고현정과 이요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성 파워게임의 절정은 기획 단계부터 치밀하게 고안된 작가진의 계획이기도 하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방송 초기 “이미 최고의 자리에 있는 고현정에게 도전해 끝내 권력을 차지하는 이요원의 모습이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이요원이 여왕에 등극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주목해야 할 드라마”라고도 밝혔다. 세밀하게 짜인 작가진의 스토리 라인이 고현정, 이요원을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셈이다.

○ 탄력적·입체적 캐릭터 운용

‘선덕여왕’ 시청률이 갈수록 오르는 또 다른 이유는 캐릭터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힘이다. 소수의 주인공에게 의존한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공은 물론 그 주변 인물들에게도 포커스를 맞춰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권력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천명공주(박예진)는 뜻밖의 죽음을 맞고 단역으로 출발했던 알천랑(이승효)은 인기가 높아지자 어느새 주연급으로 비중이 늘었다. 주인공은 끝까지 살아남고 조연은 주연이 될 수 없다는 드라마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깬 시도다. 입체적인 캐릭터들도 ‘선덕여왕’의 인기 원동력. 단순히 악과 선의 구분이 없는 데다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인물들은 이야기의 긴장을 높인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바로 미실이 낳아 버린 아들 비담(김남길)이다. 그는 덕만을 돕지만 뒤늦게 자신의 신분을 알고 왕권에 도전한다.

‘선덕여왕’ 제작 관계자들은 비담을 재일교포 격투기 선수 추성훈과 비교하기도 한다. 태어난 나라에서 설움을 겪고 이를 뛰어넘기 위해 도전하는 모습이 비슷하다는 설명. 김남길 역시 비운의 인물을 발군의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보태고 있다.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

‘선덕여왕’은 촬영을 시작한 지 5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일주일 내내 ‘전국일주 촬영’을 계속하고 있다. 경북 경주, 경기 용인과 의정부, 안면도를 비롯해 전국을 찾아다니는 촬영 일정이 반복돼 현장에서는 늘 ‘살인적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연출을 맡은 박홍균 PD는 한 장면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연출 방법으로 시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한 제작 관계자는 “단 한 장면을 찍는 데 하루가 걸린 적도 있었지만 공을 들이는 만큼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라며 “수백명이 동원되는 대규모 군중신이 많은 데도 허술하지 않은 건 그 같은 꼼꼼한 제작방식 덕분”이라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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