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누이는 초등학교 선생님입니다. 시누이에겐 애가 둘 있는데, 이번에 큰 애가 초등학
교에 들어갔습니다.이 집 애들은 인사도 잘 하고, 또래 아이들보다 어른스럽고 예의도 바릅니다. 어느 정도로 잘 하는지, 언젠가는 시누이네 갔다가 시누이네 애들이랑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같이 탄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더라고요. 아주머니께선 좀 전에 인사했으면서 뭘 또 하냐고, 열 번을 보면 열 번 인사를 다 한다고, 어쩜 그렇게 예의가
바른지 모른다며 칭찬을 해주실 정도였습니다.

얼마 전, 시누이가 매번 바빠서 가족 모임에도 못가고 해서 미안하다며 가족들을 집으로 초
대했습니다. 이것저것 손수 준비한 음식을 내놨어요. 아무래도 애들 나이가 비슷비슷하다 보니까, 화제는 애들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면서 다들 “학교 잘 다니냐”고 물어 보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시누이네 큰 아들이 안방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시누이의 가방을 들고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그리고는 “외숙모, 이거 보세요∼”라면서 제게 가방을 쑥 내미는데, 꽤 비싸 보이는 고급 가방에 시누이 이름이 큼지막하게 써 있는 겁니다.

그걸 본 저는 물론이고 모인 식구들이 전부 놀라서 “가방이 왜 이래?”하고 물었습니다. 시
누이는 “아니, 정말 큰 맘 먹고, 거금 주고 산 가방인데 이 녀석이 이렇게 이름을 써놨더라고요”라며 깔깔 웃는 겁니다.

그래서 다들 큰애에게 “왜 가방에 그런 짓을했냐”고 묻자 시누이는 “이 녀석이 얼마나 덤벙
거리는지, 입학하고 나서 가방이며 학용품을 몇 번이나 잃어버렸는지 몰라요. 그래서 가방이며 연필, 필통에다 이름을 크게 써 붙여줬죠. 그런데 어느 날 이 녀석이 제가 저녁 준비하는 사이에 가방에 제 이름을 이렇게 크게 써 놓은 거예요. 너무 화가 나서 왜 그랬냐니까 이거 비싼 가방 아니냐고, 엄마도 자꾸 뭘 잃어버리고 다니고 하니까 걱정이 돼서 잃어버리지 말라고 제 이름을 적어 놨다고 울면서 말하더라고요.”

다들 가방이 너무 아깝다며 어떻게 할 거냐고 했더니, 기념으로 뒀다가 이 녀석 장가갈 때 가보로 물려주겠다며 허허 웃기만 하더군요.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누가 바른생활 소년 아니랄까봐, 누구의 말이건 너무 곧이곧대로 들어서 걱정이 된다는 겁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습기도 하지만 어린 녀석이 얼마나 듬직해 보이던지. 비록 시누
이의 비싼 가방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긴 했지만, 이 녀석 어떻게 자라도 왠지 큰 녀석으로 자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 있죠? 그저 시누이의 아들이 앞으로도 바른생활 소년으로, 모범적으로 자라줬으면 좋겠습니다∼

From. 이현주|충남 예산군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