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갱년기나이에‘늦둥이착각’혼자서북치고장구쳤네요

입력 2009-09-0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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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몸이 찌뿌듯한 것이, 개운치가 않고, 남들은 더운 날씨에 지쳐서 입맛이 없느니 어쩌니 하는데, 저는 반대로 먹을 것이 자꾸 당기는 게, 입이 그렇게 달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달력을 들여다봤는데, ‘혹시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우리 남편은 10년 전에 막강 대비수술을 받았고,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수술을 해도 그럴 수도 있다는데…’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날 슬쩍 남편과 아들에게 마음을 떠보기로 했죠. “여보, 아무래도 이상해. 날짜가 된 것 같은데 소식이 없네?” 그러자 남편은 늦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좀 기다려 보라고 했죠.

전 “난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잖아. 혹시 아기라도 생겼으면 어떡하지?”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어떡하긴 낳아야지 이 사람아∼ 나 닮은 예쁜 딸 하나만 있으면 딱 좋겠구만∼”이러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면서 “수술한지도 10년이 됐는데도, 그럴 수 있나?”하고 좀 의아해 했죠. 그래서 농담으로 저는 “뭐 정 의심스러우면 아기 낳고 유전자 검사 해보지 뭐∼”라고 말했더니 남편도 늦둥이가 싫지는 않은지 “뭘 그런 걸 해∼ 내가 잘 키워줄게∼” 라며 농담으로 제 말을 받아쳤습니다.

아들은 어떨까 싶어서 밤늦게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물었죠. “아들! 너 동생 생기면 어떨 것 같아? 좋을 것 같아?”그러자 아들은 “지금 동생 생기면 언제 다 키워요? 저랑 스무 살이나 차이 날 텐데…”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런데 어쩌니, 아무래도 동생이 생길 것 같은데…”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 녀석이 놀래서 입을 못 다물더라고요.

다음 날 아침, 남편은 강아지를 붙들고 “아이고, 우리 강아지∼ 불쌍해서 어떡하니∼ 아기 생기면 다른 집에 가야겠네? 미안해서 어떻게 해∼”이러는 게 아니겠어요? 아무튼 남편을 출근 시키고 저는, 남편에게 문자를 보내고 산부인과로 갔습니다. 떨리는 가슴을 안고 순서를 기다려 진료를 받았는데요, 역시나…

내일 모레면 50이라 갱년기가 올 나인데, 임신이라뇨. 저는 임신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고 병원을 나섰고, 남편에게 결과를 말해줬죠.

남편은 “아이고∼ 이 사람아, 당신 때문에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사실 좋기도 했지만, 이제 낳아서 언제 키우나 생각하니까 캄캄하더라고…”하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남편은 강아지를 붙들고 이번엔 “아이고 우리 강아지∼ 맘 놓고 편히 살아도 된다! 우리 오래오래 같이 살자∼”하는 게 아니겠어요? 제 나이가 몇인데, 혼자 북치고 장구를 쳤으니… 제 꿈이 너무 컸었나 봅니다∼

From. 김미선|대전 광역시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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