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테베스,맨체스터더비의새화약고

입력 2009-09-2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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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더비’란 명칭이 가장 잘 어울린 한 판이었다. 프리미어리그 2009-2010시즌 6라운드에서 맞붙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는 후반 인저리 타임에 터진 마이클 오언의 극적인 결승골로 맨유가 더비 승리(4-3)의 기쁨을 안았다. 더비전 명성에 걸맞게 올드 트래포드 근처 뿐 아니라 맨체스터 시내 전역에 경찰들이 배치됐을 만큼 분위기는 치열했고, 어느 때보다 양 팀 응원단의 함성과 야유는 극에 달했다.

이날 가장 화제가 됐던 선수는 역시 테베스. 맨유 시절 가장 절친한 3인방으로 불렸던 박지성, 에브라, 테베스가 모두 선발로 나와 삼총사의 재회를 보는 듯 했지만, 맨시티의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테베스의 입장은 예전과 많이 달랐다. 맨유 팬들은 킥오프 전, 선수 소개를 할 때부터 테베스의 이름만 나오면 엄청난 야유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에 맞선 맨시티 팬들은 ‘테베스 응원가’를 목청 높여 부르며 맨유 팬들과 대치했다.

테베스가 단 1초라도 볼을 잡으면 맨유 팬들은 어김없이 야유를 보냈고, 맨유 선수가 테베스에게 태클을 걸어 넘어뜨리거나 볼을 빼앗으면 어느 때보다 큰 환호성을 질렀다. 그가 맨유 골대 근처에서 넘어져, 잠시 운동화와 다리 보호대를 만지고 있는 사이에도 맨유 팬들은 금방이라도 경기장으로 뛰쳐나올 듯한 기세로 손가락질을 해 댔다. 이는 배신감의 표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반 16분 터진 맨시티의 첫 번째 동점골과, 후반 6분 두 번째 동점골 모두 투지와 볼에 대한 집착이 돋보였던 테베스의 발끝에서 시작돼 맨유 팬들의 야유를 잠재웠다.

양 팀 팬들 간의 적대심도 대단했다. 후반 대런 플레처가 터트린 세 번째 골로 승리를 확신한 듯한 맨유 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맨시티 팬들이 앉아있던 응원석을 향해 오른손을 치켜들며 “이제 그만 가버려!”라고 외쳐 상대를 자극했다. 하지만 이어 맨시티의 동점골이 터져 분위기가 뒤집히나 싶었으나 인저리 타임 때 극적으로 터진 오언의 결승골에 경기장 분위기는 극에 달했다. 심지어 팬 한 명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결국 서너 명의 안전요원들에게 제압돼 끌려 나갔지만, 팬들의 흥분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가는 대목이다.

한편 박지성은 올 시즌 홈에서 첫 선발 출장, 61분간 뛰었으며 후반 발렌시아와 교체돼 나갈 때 맨유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맨체스터(영국)|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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