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부산”vs“최강두산”…응원맞불

입력 2009-09-29 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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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프로야구의 백미는 응원전. 필드의 열전뿐만 아니라 ‘가을잔치’ 에 초대받은 양 팀의 응원전도 치열했다. 29일 4번째 우승을 기원하는 두산 팬들과 3번째 우승을 희망하는 롯데 팬들이 늘씬한 치어리더를 앞세운 채 환상의 하모니를 이뤄내고 있다. 잠실|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관중석의10번타자들“첫승을부탁해!”
29일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포스트 시즌 첫 경기의 승자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날 출격한 두산과 롯데 팬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응원전을 펼쳤다.

각각 2001년, 1992년 이후 우승에 목마른 두 팀이라 이번에는 어떻게든 우승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양 팀 팬이다.

하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우승을 위해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우선이고, 플레이오프에 나가기 위해서는 이날의 1승이 중요하다. 양 팀 응원석에서는 이날 승리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초석이라 믿기에 더욱 목이 터져라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 뜨거웠던 현장을 지상 중계한다.

2009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베어스 대 롯데자이언츠 경기가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마스코트 대형 풍선 응원. 잠실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롯데 응원석

1회 초 공격과 함께 영원한 ‘18번’인 ‘부산 갈매기’를 신명나게 울렸다.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는 믿음에 팬들은 초반부터 목에 핏대를 세웠다. ‘구도부산, 천하통일’이라고 적힌 대형 막대 풍선이 부풀어 오르자 폭주기관차의 엔진처럼 응원석은 점차 달아올랐다.

4회 초, 터질 듯이 달궈진 응원석은 마침내 폭발했다. 1사 3루서 홍성흔이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내자 팬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흥분했다.

팬들이 머리에 올린 주황색 모자 풍선은 전후좌우로 흔들렸고, 잘게 자른 신문지는 꽃술 모양으로 춤을 췄다.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요즘 응원가의 대세는 걸그룹의 최신곡이다. 롯데 응원단 역시 다르지 않았다. 카라의 ‘허니’, 포미닛의 ‘핫이슈’, 소녀시대의 ‘Gee’ 등을 내세워 빠르게 경쾌하게 몰아부쳤다.

특히 ‘Gee’의 가사 중 ‘지지지지 베이비 베이비’가 나올 때는 ‘지’에 액센트를 줘 자이언츠의 이니셜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할 때 터진 노래는 부산 갈매기와 ‘쿵짝’이 잘 맞는 ‘뱃놀이’였다. 1-1 동점이던 6회 초 2사 3루. 홍성흔 타석 때 구원 투수 임태훈의 폭투가 나와 2-1 리드를 잡자 응원석에는 ‘뱃놀이’가 흘러 나왔고. 팬들은 두 발로 제자리 점프를 하고, 막대 풍선과 신문지를 위로 뻗으며 ‘광신도’로 변했다.

이들에게 야구는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니라 종교, 그 자체였다.

29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 두산의 응원전. 잠실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두산 응원석

두산 응원의 특징은 절대 지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선수들이 쉽사리 흥분하지 않도록 두산 팬들은 안정감 있게 지원 사격을 한다. 선취점을 뺏기고, 점수가 벌어지고, 어려운 위기에 처해도 두산 응원은 템포를 유지한다.

동점을 만들고, 역전을 할 수 있는 두산의 저력을 믿기 때문이다.

두산 팬들의 캐릭터는 이날도 그대로 드러났다. 4회 초 롯데가 1점을 내면서 리드를 잡았지만, 공수 교대 시간 ‘최강 두산’이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면서 ‘두산~ 두산~’을 연호했다. 점수를 내줬다고 아쉬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선수들에게 믿음을 갖고 격려하는 것.

이 전략은 주효했다. 4회 말, 2사서 김현수는 응원의 기를 몸에 충전했고, 이를 그대로 발산했다. 결과는 단 번에 동점을 만드는 홈런.

응원석은 달아올랐다.

하지만 롯데가 점수를 낼 때와는 다르다. 평정심이 들어있는 흥분이다.

전통적으로 두산 응원의 힘은 흰색에서 나온다.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황색 컬러로 맞불을 놓은 롯데에 두산 응원단은 중앙 응원석에 마련한 거대한 흰색 풍선 구름다리로 맞섰다. 팬들은 예외 없이 흰색 티셔츠를 입고, 흰색 막대풍선을 연신 흔들었다.

동화 속의 눈 내리는 마을, 그게 바로 두산의 응원석이다.

잠실 | 이길상·이정연 기자 juna1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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