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게임만 못 쳐도 주변에선 난리가 난다’. 김 감독은 “사람인데 그럴 수 있지”라고 하지만 주변에선 그를 ‘타격 기계’라 보기 때문일까.

두산 3번 김현수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그야말로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3차전은 물론 5차전, 마지막 경기 9회 통한의 병살타를 때리며 눈물을 흘렸다.

두산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SK와 다시 맞대결을 펼치면서 온 관심이 그에게 모아진 건 당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홈런 포함, 0.538의 고타율로 빼어난 타격감을 과시했기에 SK전 결과가 더 궁금했다.

그러나 뚜껑을 연 1차전에서 그는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주변에서 더 걱정, ‘괜찮냐’고 물었지만 2차전을 앞둔 그는 평소보다 더 환한 얼굴이었다.

“어제 게임 끝나고 타격 (김광림) 코치님께서 제 방에 오셔서 편안하게 하라고 말씀하신 게 큰 힘이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

밝은 표정으로 얘기하던 그는 갑자기 누군가를 발견하자 불안(?)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서더니 그에게 다가가 손에 들고 있던 사탕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그는 다름 아닌 친구이자 동기인 민병헌이었다. “병헌이 입만 막으면 돼요.” 대체 무슨 이유였을까.
문학 | 김도헌 기자 dohoney@do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