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에서 맹활약한 김민우가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집트에서 열린 2009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홍명보호가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자리에서 관심의 대상은 홍명보 감독과 최고의 골 감각을 보여준 미드필더 김민우(19·연세대)였다. 독일과의 대회 조별예선 C조 2차전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동점골을 터뜨리며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뿐만 아니라 파라과이와 16강전에선 1-0으로 앞선 후반 15분과 25분 연속 골을 작렬했다. FIFA 주관 대회 3골은 1983년 멕시코 대회 때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한 신연호(SBS스포츠 해설위원)와 함께 한국선수로는 최다골 타이 기록이다. 현장 인터뷰에 이어 전화 통화를 통해 청소년월드컵 뒷얘기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이제는 런던이다
“아직도 얼떨떨하다”던 김민우는 이제 다음 목표를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개최될 2012년 하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 2007년 국내에서 열린 U-17월드컵에 나설 뻔 했던 그는 대회 직전, 불의의 부상을 입고 출전이 불발됐던 아픔이 있다. 그러나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린 U-20월드컵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준 만큼 이제 올림픽이란 큰 무대를 노린다.
“결국은 홍명보 감독님께서 선택할 부분이지만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이 메달을 따는데 일조하고 싶어요.”
첫 골을 기록한 독일전으로 시간을 되돌려봤다. “사실 홍 감독님이 가장 먼저 떠올랐죠. 첫 경기(카메룬전) 때 기회를 주시지 않아서 그런가. 감독님을 꼭 끌어안았는데 ‘잘했다’고 딱 한 마디 하시더라고요.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떴다?’…실감할 수는 없지만
입국장을 둘러싼 수많은 환영 인파와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보고서야 조금이나마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단다.
“대회 기간 중, 학교 친구들이 보낸 ‘지금 너 때문에 한국이 난리 났다’는 문자 메시지를 여러 통 받은 뒤에도 전혀 몰랐어요. 훈련에 매진하느라 분위기를 파악할 틈도 없었는데요.”
이집트에서 룸메이트는 골키퍼 김승규였다. 이들은 예선 1차전 때 나란히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서운함은 없었다. 다만 ‘기회는 없었지만 언제든 출전할 수 있다면 잘해보자’는 무언의 눈빛을 교환했을 뿐. 그런데 갑작스레 기회가 왔다. 김민우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주전 여럿을 바꾼 홍 감독의 결정에 따라 독일전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라운드를 밟고 눈을 꼭 감으니 가족과 친지가 생각났다. 말없이 자신을 뒷바라지 해준 부모님, 그리고 은사들. “평생 잊을 수 없죠. 골 넣고 아버지와 통화를 했는데 ‘끝까지 열심히 하고 돌아오라’고만 말씀하셨어요. 헌데 따스한 기운이 확 느껴졌죠.”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김민우는 호출 받지 못했다. 첫 부름을 받은 것도 올해 3월 이집트 전훈을 앞둔 시점. 부상 등 갖은 시련으로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의미도 남달랐을 터. 때마침 명단이 발표된 날짜가 김민우의 음력 생일이었다. “인터넷에서 확인했어요. 명단 발표가 2월25일이었는데, 사실 제 음력 생일이었죠.” 이를 악물고 뛰었다. 작은 신장(172cm) 콤플렉스, 공격수와 왼쪽 풀백이란 전혀 다른 포지션을 모두 소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를 짓눌렀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실패’는 한 번으로 족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메시(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비해 부족한 점은 많죠. 다만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두렵거나 무섭진 않아요. 할 수 있죠. 아, 인터뷰만 빼고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까요?”
인천국제공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