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김경문 감독.스포츠동아DB
#1.12일 인천으로 이동하기에 앞서 잠실에서 열린 훈련이 끝난 뒤. 하루 전 4차전에서 3-3 동점이 된 3회 1사 1·3루에서 통한의 병살타를 때렸던 두산 최준석은 “나 때문에 졌다”면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 자책이 심했습니다. 프로야구 최고 덩치인 그는 험악한 외모와 달리 마음이 순수하고 여리지요. 평소 술을 전혀 못하지만, 얼마나 마음고생이 컸던 것일까요. “어젯밤엔 정말 그냥 잠을 잘 수가 없어 소주 몇 잔 먹고 눈물 콧물 다 쏟고 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면서 “이번 시리즈에서 우리 팀이 지면 정말 큰 상처로 남을 것 같다. 5차전에서 꼭 이길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습니다. 울먹일 듯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2.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던 13일 경기 전. 두산 김경문 감독은 “싸우면서 정이 드는 것 같다”면서 지난 2년간 가을잔치에서 만났던 SK와 올 플레이오프에서도 5차전까지, 피 말리는 승부를 펼치게 된 것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SK와의 라이벌 관계가…”라고 말하려다 “아니지, 우리가 매번 졌으니 라이벌이 아니지”라고 말을 바꾸더군요. 라이벌이란 대등한 관계여야 하는데, 두 번 졌으니 맞지 않는 표현이란 말이었지요. 웃으면서 한 말이었지만, 그의 마음 속은 말 안해도 알 듯 했습니다. ‘이번만은 꼭 이기리라’는 비장한 각오를요.
#3.선수들에게나 김 감독에게 ‘SK는 꼭 이기고 싶은 상대’입니다. SK가 미워서가 아니라,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에서 2년 연속 역전패의 아픔을 줬던 상대니까요. 그러나 최준석의 눈물도, 김 감독의 바람도 결국은 또 한번 좌절로 연결됐습니다. 두산을 여러해 담당하면서, ‘SK만은 꼭 꺾고 싶다’는 그들의 간절한 소망을 잘 알고 있는 터라 이들에게 이번 패배가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4.두산은 ‘기적의 팀’이라 불리고, 그래서 ‘미러클 두산’이란 별명도 갖고 있지요. 빈약한 구단의 지원, 부상자 속출 등 악조건 속에서도 선수단이 똘똘 뭉쳐 올해 역시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비록 베어스는 올 가을잔치에서도 주인공이 되지 못한 채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지만 그들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습니다. 선수들이나 김 감독이 이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픔을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길 바랍니다.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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