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이 본 ML 포스트시즌] 선발 리 ‘불꽃투’…필라델피아 11-0 대승

입력 2009-10-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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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CS 3차전 다저스 꺾고 2승1패 앞서…리, 8이닝 10탈삼진 무실점 ‘완벽 피칭’
필라델피아 필리스 찰리 매뉴얼 감독은 8회말 무사 1루서 9번타자인 선발투수 클리프 리(사진)를 타석에 내보냈다. 완투를 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이 때 스코어는 필리스의 8-0 리드. 리의 포스트시즌 첫 완봉승이 눈앞에 보였다. 그러나 잠시 후 2번타자 셰인 빅토리노가 우월3점홈런을 터뜨려 스코어가 11-0으로 벌어지자 매뉴얼 감독은 리를 빼고 구원 채드 더빈을 마운드에 올려 경기를 끝냈다. 이로써 필리스는 19일(한국시간) 홈구장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벌어진 LA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NLCS) 3차전에서 11-0의 대승을 거두고 시리즈를 2승1패로 앞섰다.

리는 이날 8이닝 동안 3안타 무4사구 10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했다. 올 포스트시즌에서만 3경기에 선발등판해 2승에 방어율 0.74를 마크하며 지난해 NLCS와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한 에이스 콜 해멀스의 역투를 연상케 하고 있다.

리의 완봉승 무산은 메이저리그의 불문율, 이른바 ‘언리튼 룰(unwritten rule)’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야구처럼 불문율이 많은 종목도 없다. 스코어가 크게 벌어졌을 때는 볼카운트 0-3에서 큰 스윙을 하지 않는다. 마무리가 필요하지 않을 때는 클로저를 부르지 않는다. 점수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는 누상의 주자에게 견제구를 던지지 않는다.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리의 완봉승은 의미가 없었다. 리도 경기 후 T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8회 타석에 나설 때 완투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빅토리노의 홈런이 터지면서 기회를 놓쳤다”고 밝혔다.

리는 이날 다저스 타선을 상대로 114개(스트라이크 76개)를 투구했다. 빠른 직구,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등을 구석구석 찌르며 완급조절로 상대 타자들의 타격 밸런스를 흔들어 놓았다. 리를 압도한 타자는 매니 라미레스 뿐으로 3타수 2안타였다.

승부는 1회말에 갈렸다. 다저스 조 토리 감독은 목 디스크로 디비전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했던 구로다 히로키를 3차전 선발로 세웠다. 지난 시즌 NLCS에서 필리스에게 유일한 승리를 거둔 투수가 구로다였고, 올 정규시즌에서도 호투한 점을 고려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이후 실전 마운드에 서지 않았던 구로다는 볼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난타를 당했다. 더구나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끌고 갔다. 라이언 하워드에게 2타점 3루타, 제이슨 워스에게 초대형 중월2점홈런을 얻어맞고 결국 2회에 강판당했다.

시리즈에 들어가기 전 선발의 무게에서 다저스가 필리스에 밀린다던 평가가 적중하고 있다. 필리스는 1차전 해멀스 5.1이닝, 2차전 페드로 마르티네스 7이닝, 3차전 리 8이닝 등 선발이 긴 이닝을 책임진 반면 다저스는 2차전의 비센테 파디야(7.1이닝 1실점)를 제외하고 1차전 클레이턴 커쇼(4.2이닝 5실점)와 3차전 구로다(1.1이닝 6실점)가 모두 제몫을 못했다.

LA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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