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이적료 크게 부풀려 감독-에이전트 나눠가져

입력 2009-12-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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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병주 사태’로 본 K리그 ‘용병 커넥션’ 백태
용병 영입 과정에서 에이전트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7일 구속된 대구FC 변병주(48) 감독의 사태로 K리그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축구계 상당수 관계자들은 이번 일이 대구에 국한된 게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프로연맹은 용병비리로 지방 모 구단 사무국장과 복수의 에이전트들이 구속된 2004년 9월의 사태가 재발하는 게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오래 전부터 K리그의 용병 수급 관련 사안들을 조사해온 것으로 알려져 더 큰 파장이 예고된다. 5년 전 수사는 ‘종결’이 아닌 ‘미결’로 남아있다. 비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지를 복수의 축구 관계자들을 통해 들어봤다.


○소속은 EPL…이적동의서는 벨기에?

A구단의 유럽 전훈에 에이전트 B가 프리미어리그 모 클럽에서 뛰었다는 용병 C를 데려왔다. A구단 감독은 이적료가 발생하고 실력도 부족한 C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곡절 끝에 영입을 확정했고, A구단은 이적료 지불을 위해 ITC(국제이적동의서)를 요청했다. 그런데 ITC는 EPL이 아닌, 타 리그 팀에서 발송됐다. B와 타 리그 팀이 이적료를 나눠 갖기 위해 서로 짜고 C의 ‘적’을 타 리그에 둬 발생한 사태였다. A구단의 당시 용병 명단을 보면 C의 전 소속 팀은 EPL 명문 팀이다. 그러나 C는 EPL 출신의 활약은 커녕 당해 시즌 한 경기, 그것도 45분 출전에 그쳤다. 지금도 활동 중인 B는 K리그 ‘공공의 적’으로 낙인이 찍혀있다.


○구단 스카우트 연루 외제차가 선물?

실패한 용병을 대체할 선수를 물색하는 일도 에이전트의 몫. 이를 업계 용어로 ‘애프터서비스(AS)’라 한다. 에이전트 D는 자신이 관리한 용병 E를 F구단이 방출하자 ‘AS’차원에서 대체 용병 3명을 데려왔다. 하지만 F구단은 그 중 스카우트 담당자가 추천한 G만을 뽑았다. 혹시나 기대한 G의 플레이도 형편없었고, 또 실패였다. 이는 과거 용병들의 이적료, 수수료 지급 과정에서 검은 돈이 오간 사실을 알게 된 스카우트 담당자가 “G를 영입하고, 과거를 눈감아줄 테니 외제차를 사 달라”는 지시를 D에게 내리며 이뤄진 불법 거래였다. F구단 감독이 뒤늦게 담당자를 경질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감독 주머니도 채워라


용병 몸값 상당액이 거품이다. H구단의 한 용병은 본래 연봉이 6만 달러였지만 K리그로 옮기며 30만 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온갖 향응과 접대가 오가는 과정 속에 용병의 몫은 거의 없는데다, 본인도 국내에서 책정된 제 몸값을 모른다. 물론, 감독도 한 몫 챙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I구단 감독은 시즌 중 자신의 팀에서 뛰던 용병 J를 영입하겠다는 의사를 K구단 스카우트와 에이전트 L로부터 전달받았다. K구단은 엄격히 금지된 사전 접촉을 한 셈. 이적료로 100만 달러가 책정됐는데, J는 이 중 3분의1만 챙겼다. 나머지는 에이전트 L에게 넘어갔다. I구단 감독에게도 보상이 따랐다. J의 이적을 조기 허락한 대신, 그는 이적을 구두로 확정한 시점부터 J의 전체 연봉 중 석달치를 가져갔다는 소문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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